전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몰려가는 줄 알았다. 직장인들의 부업이든, 초등학생들의 꿈이든, 기업 마케팅이든 이제 모든 개개인이 영상과 사진으로 대화를 할 것만 같았다. 활자에서 오디오로, 그리고 비디오와 가상현실이 만들어지며 앞으로 우리가 주력할 매체는 어떤 기술이 펼쳐질 지 기대가 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한눈에 보는 오디오 시장 성장 배경
• 오디오의 친밀함
• 디바이스의 성장과 멀티태스킹 특성
• 시각, 비디오 과잉 시대, 영상에 대한 피로감 누적
• AI 스피커 사용 및 음성인식 서비스의 보편화
▶SNS가 불러온 오디오 시장의 중요성
소셜미디어 브랜드 클럽하우스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연일 화제다. 미국 실리콘베리에서 2020년 초반에 출시된 신생 소셜미디어가 오늘날 갑자기 화제가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기존 가입자의 초대를 받아야만 가입이 되는 프라이빗함, 팔로우를 통해 유명 셀럽은 물론 불특정 다수와의 비대면 소통, 마치 살롱처럼 다양한 주제로 토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글이나 사진, 영상 대신 음성 콘텐츠를 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볼 점은 왜 클럽하우스는 음성 서비스를 중시하는 것일까, 라는 점이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대화를 잃었다. 사람 간의 대면 접촉을 줄여야 했고,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줌 등 영상 서비스 성장이 두드러졌다. 그 가운데 음성 서비스 기반의 소셜 미디어의 성장이 왜 주목받고 있을까. 이것은 비단 클럽하우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디오 콘텐츠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새로운 성장 흐름이 두드러진다. 트위터 역시 음성 서비스를 확대했다. 트위터는 3월2일(현지시간), 자사 소셜오디오 채팅방 ‘트위터 스페이스’ 오픈 계획에 대해 알렸다.
팟캐스트 플랫폼 역시 성장세에 있다. 세계 최대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의 경우 서비스하는 전체 팟캐스트가 190만 개 이상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2019년부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그 부인 미셸 오바마의 프로덕션 회사 하이어 그라운드와 제휴를 맺어 제작 중인 팟캐스트와, 영국 해리 왕자 부부의 팟캐스트는 모두 인기 콘텐츠로 꼽힌다. 애플 역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팟캐스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2017년에는 팟캐스트 검색 스타트업 ‘Pop Up Archive’를, 지난해 초에는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팟캐스트를 선정해주는 서비스 ‘스카우트 FM’을 인수하는 등 팟캐스트 서비스 개선에 나서며 대표적인 오디오 콘텐츠 시장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오디오 시장이 성공하는 이유
뉴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오디오 시장의 점진적인 성장의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수요가 급증한 데있다. 넷플릭스나 줌과 같은 영상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가 느는 만큼, 청취 기반의 오디오 서비스도 함께 수요 증가를 보였다. 이와 같은 현상에 각계 미디어, 언론 전문가들은 오디오의 특성인 ‘친밀함’을 꼽기도 했다. 비대면 시대일수록 화면이나, 영상이 아닌 음성으로 오가는 대화가 주력이 된다는 것. 또한 유튜브와 같이 전문 장비가 필요하고 편집 과정이 오래 걸리는 영상보단, 오디오 콘텐츠가 비교적 이용이 쉽다는 것 역시 한몫했다. 더불어 오디오 콘텐츠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영상 콘텐츠와는 달리 오디오는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운전하거나 출퇴근 중에도 가볍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쪼개 쓰며 스낵 컬처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 배경음악 같은 오디오 스트리밍은 익숙해진 형태이다. 노이즈 캔슬링이나,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등 더 나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디바이스 성장도 이와 같은 오디오 라이프스타일을 강화시켰다. 시각, 비디오 과잉 시대로 인해 영상에 대한 피로감 누적, ASMR 등 오디오 콘텐츠와 인공지능(AI) 스피커 사용 및 서비스의 보편화 역시 오디오 시장의 반동을 이끌었다.
▶시청각 채널의 듣는 서비스
활자, 비디오, 영상 콘텐츠를 주력시하는 기존 매체, 플랫폼들 역시 ‘듣는 서비스’ 도입 및 강화에 나섰다. 더 나아가 우리에게 익숙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유통, 서비스 채널들 역시 자사 플랫폼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듣고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유통, 전자상거래 브랜드 아마존은 ‘아마존 뮤직’과 ‘아마존 오더블’을 통해 프리미엄 팟캐스트, 오리지널 오디오 프로그램, 오디오북 및 정기간행물 등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에선 오디오북 브랜드 양강인 ‘윌라’와 ‘밀리의 서재’가 자리하고 있고, 후발주자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플랫폼, 출판사와 서점들도 오디오북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밀리의 서재’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이용자들 누구나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내가 만든 오디오북’을 제공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오디오북을 즐기는 방법을 확대시키고 ‘영상 크리에이터’나 ‘유튜버’를 꿈꾸던 이들에게 새로운 콘텐츠 제작의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유튜브에서 굳이 영상을 보지 않더라도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마치 BGM처럼 소리를 틀어놓고 듣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 또 휴일에 넷플릭스 시리즈 몰아보기를 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넷플릭스 내 라디오 채널 ‘Netfilx is a joke’로 코미디 방송을 즐기며 청소나, 운동을 할 수 있고, 네이버에선 검색 대신 오디오 채널 ‘네이버 Now’를 틀어 놓고 노래, 라이브 채널을 감상하며 잠을 자거나 운전을 할 수 있다.
지난해, 홈 퍼니싱 브랜드 이케아는 70년 만에 종이 카탈로그 폐간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올해 자사 공식 유튜브와 스포티파이를 통해 ‘2021 오디오 카탈로그’를 공개했다. 4시간 분량의 오디오 카탈로그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소리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일종의 ‘귀로 듣는 투어’를 경험케 한다. 이 역시 변화의 흐름일테다. 1980년, 영국의 밴드 The Buggles의 노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에서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고 했지만, 작금의 라디오와 오디오는 먼 곳을 돌고 돌아, 어떤 화려한 매체보다도 화려한 부상을 꿈꾸고 있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매경DB, 클럽하우스, 트위터, 스포티파이코리아, 윌라, 밀리의 서재, 네이버 나우, 이케아 공식 유튜브 및 각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