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두 있어야 아동이 잘 자란다?.. KDI 연구 "아니다"

양부모→한부모 가족 변화에 따른 아동 발달 분석
학업시간 관리 능력 떨어지지만 집중력은 더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한부모 가족에서 자란 아이라도 아동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이가 자라기에는 부모가 모두 있는 가족이 낫다'는 그동안의 편견을 뒤집는 연구 결과다. 다만 한부모 가족에서 자란 아이는 학업 시간 관리 역량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부모 가족에서 한부모 가족으로의 가족 유형 변화와 아동의 발달' 보고서를 13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0년 초등학교 4학년생이 2016년 고등학교 1학년에 이르기까지 7년에 걸쳐 조사한 한국아동청소년패널을 활용해 '양부모 가족에 속했다가 이후 조사에서 한부모 가족에 속한 아동'과 '양부모에서 한부모로 이행할 확률이 유사하지만 조사 기간 내내 양부모에 속한 아동'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한부모 가족에 속한 아동은 양부모 가족 아동보다 학습 시간 관리 역량이 8.5% 떨어졌다. 반면 주의집중은 14.4% 향상돼 오히려 한부모 가족 아동이 집중력은 더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밖에 △건강 △자아존중감 △삶의 만족도 △또래 애착 △학교 적응 △공동체 의식 △다문화 수용 등 나머지 아동발달 척도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한부모 가족 아동의 집중력이 오히려 개선된 것은 고질적인 부모 갈등에서 벗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양부모→한부모 가족 아동'은 비슷한 환경에서 양부모 가족이 유지된 아동에 비해 보호자의 학대를 8.8% 덜 겪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부모 가족에 대한 그동안의 편견을 뒤집는다. 실제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은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에서 자라야만 잘 자란다'는 데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1.8%에 달했다. KDI는 또 "부모가 심각한 갈등을 겪더라도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좋다는 통념과 다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한부모 가족 아동의 학습 시간 관리 역량이 떨어진 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부모의 과도한 가사부담은 부모 역할 수행, 역량 증진에 시간적인 제약이 되므로 가사 지원 서비스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필요하면 맞춤형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개별적인 양육 고충이 해소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