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는 인프라다"

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반도체 부족 사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반도체 화상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회의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와 2위인 대만 TSMC 및 삼성전자를 포함해 정보기술(IT)업계 대표 선수인 휴렛팩커드(HP)·인텔·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자동차 기업 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 19개 글로벌 기업이 배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내가 여기 가진 칩, 웨이퍼, 배터리, 광대역 이 모든 것은 인프라”라고 규정했다.

회의를 개최한 표면적인 배경은 반도체 공급난 때문이다. 칩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 공장에서 조업 중단이 속출하고 전자제품 생산도 차질을 빚자 업계 의견을 듣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졌다. 내심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자는 목적도 컸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반도체 기술을 성장시키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 온 중국을 겨냥한 강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여야 상·하원 의원 65명으로부터 반도체 지원을 주문하는 서한을 받았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 계획을 갖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이 보는 반도체 산업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특정 주제 회의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높이 보고 있다. 물론 미·중 사이에 벌어지는 공급망 싸움에서 우위를 다지자는 목적일 것이다. 그래도 부러운 게 사실이다. 미국은 국가 기초·기반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반도체를 높이 평가했다.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했다. 그만큼 반도체가 기술 패권 경쟁의 핵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우리는 반도체 기술 측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지만 세계무대에서 뛰고 있는 기업도 다수이다. 과제는 정부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반도체는 이미 기업 경쟁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게 세계 추세다. 출발선에서부터 늦다면 '반도체 강국'이라는 위명도 허울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