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패권 탈환 선언, 삼성엔 또 다른 기회

양태훈 기자 2021. 4. 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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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공급망 회의서 미국 내 투자 독려..삼성, 인센티브 협상 주력

(지디넷코리아=양태훈 기자)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삼성전자·TSMC·인텔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현지 투자를 독려하고 나섰다. 미국 주요 반도체 업체를 고객사로 둔 삼성전자는 이에 응답해 조만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뉴시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미국 동부시간 12일 오전 12시)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해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우리(미국)가 어떻게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확보하느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공격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지배할 계획이지만, 미국인들이 기다려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중국이 '중국제조 2025' 등의 국가발전 계획을 내걸고,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해 온 가운데 앞으로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는 초고속 통신망을 움직이는 동력이고, 모든 사회 기반시설"이라며 "인프라·일자리 투자계획(2조달러 경기부양안)은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을 재건하며, 우리 공급망을 보호하고, 미국 제조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美 반도체 제조업'의 부흥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한 행보를 보여왔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중국 화웨이·SMIC에 대한 핵심품목 수출제한 규정(5G 장비용 부품, 반도체장비 및 기술 수출금지)을 강화하고, 반도체 관련 핵심품목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행정명령)하는 등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다각적으로 견제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경기부양책 내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지원(500억달러)을 포함해 중국과의 공급망 대결을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 반도체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12%에서 10%로 하락하는 반면, 중국은 15%에서 24%로 반도체 생산 최대 국가로 올라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료=메리츠증권)

또 "미국은 현재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강자지만, 제조업 밸류체인(공급망) 비중은 12%(2018년 기준)에 불과하고,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4%,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12%에 그친다"며 "SIA의 입장이 해당 국가의 전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9월 SIA와 BCG가 미 행정부에 제출한 정책제안에는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 제조업 비중 24%로 확대, 미국 내 신규 팹 19개 증설 등이 달성 목표로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 삼성, 美 오스틴 투자에 유리한 인센티브 얻어내야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백악관 회동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방향성이 차량용 반도체 및 파운드리 생산시설 확대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도약을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에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간 미국 오스틴 정부와 현지 파운드리 공장의 추가 설비투자 계획(약 19조원)을 놓고, 세제혜택 규모에 대한 줄다리기를 벌여온 만큼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호응해 미국 본토 투자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현지 투자에 대한 법인세 및 판매세 감면 등 세제혜택부터 애플·퀄컴·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일정 부분 주문량을 확보하는 등의 유리한 인센티브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현대차증권)

삼성전자는 현재 TSMC(시장 1위, 54% 점유)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17%를 점유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력에서도 TSMC와 함께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반도체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생산능력 측면에서는 7nm 이하 첨단공정에 사용하는 필수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이에 기반한 파운드리 생산시설이 부족해 TSMC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미국 현지 투자가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소재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시설. (사진=삼성전자)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미국 내 19조원(170억 달러) 규모 파운드리 투자가 이뤄지면 삼성전자는 2개 공장에서 파운드리 라인을 가동하게 될 전망"이라며 "한국 반도체 소재 업체들도 미국 현지공장에 신규투자를 검토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까지 미국에 파운드리 신규라인 4개(삼성전자, TSMC, 인텔 2개)가 구축되기 때문에 물량 증가의 적기 대응을 위해 신규라인 부근에 소재 생산라인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태훈 기자(insight@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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