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뜨겁게 달군 'BLM 운동' 리더, 백인 부촌 입성 '시끌'[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신문을 펼쳐들면 ‘하우스 리스팅’ 섹션에 주요 매물 광고가 눈길을 잡죠.
“창문을 열면 눈앞에 펼쳐진 청정 자연림. 운치 있는 대나무 바닥을 밟으며 하루를 시작하세요. 높은 천장은 확 트인 공간감을 보장합니다. 자동 창문 밖 야외 패티오에서 한 잔의 여유를 즐기셔도 좋습니다. 손님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도 마련돼 있습니다.”
쿨로스는 자신을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운동가”라고 소개합니다.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흑인에게 불리한 구조”라고 공공연히 말해왔죠.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BLM 운동의 지향점은 “단순한 인권 운동이 아닌 사상 이데올로기 운동”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자의 ‘밀리언달러’ 저택 구매를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보수층에서는 “BLM 사기극” “백인에게 영혼을 판 BLM 리더” 등의 조롱이 쏟아집니다.
쿨로스가 새로 집을 산 곳은 백인 지역입니다.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백인이 88%인 반면 흑인 가구는 1.8%에 불과합니다. 2018년 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에 따르면 그녀는 새 집에서 자동자로 20분 거리인 LA 밴너이스의 빈곤 가정 출신입니다. 자서전에는 싱글 맘이었던 어머니가 자신을 포함한 자식 3명을 힘들게 키워낸 이야기가 실려 있죠. 그녀는 강연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문은 어긋나 제대로 닫히지 않고 인터콤은 달려 있지만 한번도 작동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습니다.
BLM은 쿨로스, 알리샤 가자, 오팔 토메티 등 3명의 흑인 여성이 공동 설립한 사회운동 단체입니다.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질식 사망 사건 이후 유명해졌지만 원래 2012년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이 히스패닉계 자경단원 조지 짐머만에게 사살되는 사건 이후 소셜 미디어에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해시태그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BLM은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10여개 군소 운동단체들을 ‘합병’하며 사회운동의 리더로 부각됐습니다. 이 사건의 정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문구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가 각광을 받으면서 BLM이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죠. 지난해 6월 퓨리서치 조사에서 미국인의 67%가 BLM 운동을 “지지한다” 또는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조던 등 스타들의 지지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BLM은 지난해 90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습니다.
쿨로스는 강연 활동 비중이 커지더니 지난해 10월 워너브라더스 영화사와 지상파, 케이블, 스트리밍 등 다채널을 이용한 콘텐츠 개발을 위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업과의 제휴 관계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대선 후 쿨로스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 때 BLM은 동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죠.
지난해 12월 BLM 지부들은 쿨로스를 포함한 본부 운영진에게 공개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이 서한에서 오클라호마 등 10개 지부는 “본부와 결별해 ‘BLM10’을 조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부들은 동등한 발언권을 주겠다는 당초 본부 방침과는 달리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지역 활동가들은 자기 돈으로 교통비와 식비를 해결할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쿨로스는 “내부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했다”고 밝힌 후 별다른 공개 활동을 보이지 않더니 이번에 LA 저택 구입으로 다시 화제가 된 것이죠.
지금 한쪽에서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목이 눌린 플로이드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에 대한 전문의와 경찰관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죠. 다른 한편에서는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시킨 BLM 운동권 리더의 ‘내로남불’ 스토리가 들려옵니다. 미국인들의 냉소주의와 정치 혐오증은 깊어만 갈 뿐입니다.
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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