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질라 vs. 콩' 압도적 스케일에 빈약한 서사
인간의 핵무기 사용으로 깨어나 도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고질라와, 과학자들에 의해 뉴욕으로 끌려온 뒤 수십 년 동안 보호 관찰 대상으로 살아온 콩. 개봉 4일 만에 관람객 30만 명(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 전산망)을 돌파한 ‘영화 ‘고질라 vs. 콩’은 1962년 ‘킹콩 대 고질라’에서의 맞대결 후 59년 만의 최강 빅 매치를 그렸다.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한 괴수 영화 시리즈 ‘몬스터 버스(MonsterVerse)’의 피날레인 ‘고질라 vs. 콩’은 지구 속 땅 밑 도시에 또 다른 지구가 존재한다는 ‘지구 공동설’, 즉 할로 어스(Hollow Earth) 개념을 가져왔다. 설정상 지구의 중력과 반대되는 그곳이 타이탄들의 고향이며 그 가설 하에 양극(북극과 남극)의 입구를 통해 그곳으로 진입한다는 스토리.
몸 길이는 물론 방사능을 불길로 변환시킨 푸른색 아토믹 브레스 빔을 발사하는 고질라와, 전편에 비해 훨씬 몸이 커진 최고의 포식자 콩의 대결은 초반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고질라와 킹콩이 등장해 도심을 UFC 경기장처럼 초토화시키고, 군함과 전투기를 입과 손으로 낚아채 구겨 버리는 신은 4D 영화로 보기에 타격감 100점이다. 모션과 물, 바람 효과를 총동원한 물속에서의 고질라 움직임, 빔을 내뿜을 때의 빛 효과, 콩이 포효할 때의 진동 등 수중전, 홍콩 도심을 오가는 격투 장면은 4D 예매를 아깝지 않게 만든다. 고질라와 콩이 거침없이 격돌하는 홍콩의 초고층 건물들, 할로 어스 중앙의 고대 사원은 CG가 아닌 실제 세트로 만들어 사실적이다. 기도라, 스컬 크롤러, 메카고질라 등 신구 타이탄의 등장도 볼거리. 콩과 교감하는 청각 장애 원주민 소녀 역을 위해 실제로 청각 장애를 가진 배우 카일리 하틀을 캐스팅했다. 콩의 원서식지인 스컬 아일랜드에서 지난 수년간 콩의 행동을 연구한 인류 언어학자 일레인 박사는 과학자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배우 레베카 홀이 맡았다. 고질라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고질라가 악당이 아니라 오해를 받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매디슨에는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로 유명한 밀리 바비 브라운이 돌아왔다. 다소 모자란 액션 영웅과 괴짜 과학자가 섞인 네이선 역은 알렉산더 스카드가드가 맡았다.
그러나 두 괴수의 압도적 스케일과 유머러스한 팟캐스트 운영자 베리를 중심으로 다소 촘촘하게 진행됐던 이야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빈약해진다. 등장하는 인물 수에 비해 부족한 서사는 인간과 괴수 모두 똑같다. 아일린이 부족의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키운 이유, 형제를 잃은 네이선의 사연, 한마디로 표현된 고질라의 폭주 이유도 다소 의문이다. 특히 일본 배우 오구리 ??이 연기한 에이펙스의 조력자 ‘세리자와 렌’은 너무 짧게 등장해 민망할 정도. 그에 반해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연구실 뒤에서 몰래 나쁜 짓을 벌이는 악당 CEO의 등장과, 괴수와 교감하는 어린 소녀의 등장 같은 클리셰는 여전하다. 전편인 ‘콩: 스컬 아일랜드’나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를 보지 않아도 이해는 쉽다. 러닝 타임 113분.
[글 최재민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줄거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74호 (21.04.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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