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한국 등 태평양 연안 국가 피해 예상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1. 4. 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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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등 인근 국가 "심각한 우려"에도 해양 방류 고집 / 가장 쉽고 돈 적게 들어 / 日서도 반대 의견 많아
원전 오염수를 손에 들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도쿄전력 관계자는 이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스가 총리는 “정말 마셔도 되나”라고 되물었지만 마시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했다.

일본이 자국의 안전 기준을 강화해 적용한다고는 하나 125만t(톤) 넘는 막대한 양의 오염수가 바다에 흘러들어 많은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전날인 12일 NHK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에 따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하고 이를 13일 관계 각료 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회의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해양 방류가 결정된 상태다. 다만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승인 등이 필요해 실제 방출까지는 2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오염수 처리 기본 방침’에는 오염수 해양 방출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지만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내지 못해 물을 섞어 농도를 낮춘 뒤 방출한다는 계획 등이 담겼다.

오염수 해양방류가 규제위를 통과하면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완료 시점과 맞물려 오는 2041년에서 2051년쯤까지 수십여년간 오염수가 바다에 흘러들게 된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원전 부지에서 보관중인 오염수는 무려 125만844t에 달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늘어선 오염수 저장탱크. 그 양이 무려 125만844t에 달한다. 아사히신문
 
◆한국 등 태평양 연안 국가 피해 예상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 열린 관계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물탱크가 늘어선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향후 폐로 작업에 큰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해양 방출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염수 속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방사선량이 1리터(ℓ)에 1500 베크렐(㏃) 미만이 될 때까지 바닷물로 희석한 후 배출한다는 계획을 채택했다.

일본은 삼중수소를 해양에 방출할 때의 농도 한도를 1ℓ당 6만㏃로 정하고 있는데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해 배출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의 실적에 비춰볼 때 해양 방출을 하면 안정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일본 정부는 설정한 배출 기준이 유지되도록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감시를 강화하고 오염수 배출로 인해 이른바 풍문(소문)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오염수 배출로 인해 후쿠시마산 수산물 구입 기피나 관광 산업에 지장이 발생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일본 정부는 이런 피해가 발생할 경우 도쿄전력이 배상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사고 10년 지났지만 방사능 우려는 ‘현재 진행형’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를 위한 배려는 없다.

한·중 당국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큰 우려를 표명했으나 이날 결정한 기본 방침에 구체적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경우 한국과 태평양 연안 국가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독일 킬 대학 헬름흘츠 해양연구소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200일 만에 제주도에 도착하고 280일 이후에는 동해 앞바다에 도달한다는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일본 후쿠시마대학과 가나자와대학도 유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고영탁 박사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방사능 오염수 처리 방법은 많지만 해양 방류가 가장 쉽고 돈이 적게 들기 때문에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본이 선택한 현재의 오염수 처리 수준으로 해양 방류가 일어나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류는 지구를 순환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오염 발생이 일어난다”며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를 고려하면 원상 복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그사이 오염된 어류가 인간에게 공급돼 결국 최종적인 피해는 인류에게 되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앞서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일본 측 주장과 달리 심각한 오염과 해양방출 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먼저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갑)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량 109만톤 중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수가 무려 78만톤(72%)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00배를 초과한 오염수가 6만 5000톤(6%), 10~100배 16만 1700톤(15%), 5~10배 20만7 500톤(19%), 1~5배 34만 6500톤(32%)으로 나타났다.

주요 방사능 핵종별로 보면 삼중수소의 경우 평균 농도가 기준치를 10배 초과하고 세슘137의 평균 농도는 기준치 이내였지만 최대값은 기준치의 9배를 넘겼다. 특히 스트론튬은 평균 농도가 기준치를 111배나 초과하고 최대값은 기준치의 무려 1만 4433배에 달했다.

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발전소 부지와 사고 원전 내에 있는 약 123만t의 오염수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14’와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핵종이 다량 발견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 저장 탱크에 농축된 방사성 탄소는 63.6GBq(기가베크렐)에 달한다.
그린피스는 오염수가 해양에 아무런 조치 없이 방출될 경우 장기적으로 지역주민과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션 버니 그린피스 독일지부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오염수에 포함된 각종 방사성 물질은 수천년간 바다에 남아 인간과 해양생물에 유전적 피해를 가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출 방안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은 이른바 ‘처리수’로 불리는 오염수에 대해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에 아사히신문은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에서 음용수로 사용하면 어떠냐”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오염수 해양 방출까지 2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주변국의 매우 큰 반발과 우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민은 일본 내부에서도 발생해 후쿠시마현 젊은 층으로 구성된 단체인 ‘평화와 평등을 지키는 민주주의 행동’(DAPPE)은 전날 JR후쿠시마역 앞에서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본 시민단체인 ‘원자력 규제를 감시하는 시민 모임’과 국제환경운동 단체 ‘에프오이저팬’(FoE Japan) 등 역시 같은 날 해양 방출 구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24개국의 311개 단체가 해양 방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한국과 중국 정부 역시 전날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원전피해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사고로 인한 방사능 우려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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