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주세요!", "밥 먹는데요?", "문 닫으란 소리!"

최종혁 기자 2021. 4. 1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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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실내 공간서 마스크 착용 의무..음식점 점검 현장


※음식점 방역수칙 점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①단속 공무원 ②식당 손님 ③식당 주인 3인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밥 먹을 때 빼고는 마스크 써주세요."

서울 강남구 보건소 직원 '나점검'입니다. 오늘은 야근하는 날입니다. 수도권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관내 유흥시설은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대신 오늘 저녁엔 일반음식점에 대한 방역 점검을 나갑니다. 정부가 만든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일깨우기 위해섭니다.

서울 강남구 보건소 직원들이 일반음식점에 대한 방역 수칙 점검을 벌이고 있다.

저녁 7시 반, 제가 맡은 곳은 삼성동 음식문화 특화거리입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식당 주인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집니다. "무슨 일로 오셨죠?".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을 나왔다고 알린 뒤, 출입자 명부 관리, 테이블 거리두기 등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는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최대 4명이 넘는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2명, 3명 쪼개기는 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당연하죠. 요즘은 5명 이상이면 돌려보냅니다" 식당 업주의 말에 당당함이 느껴집니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소독, 환기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을 한다고 했지만, 관리 대장은 거의 모든 가게가 작성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게 뭐예요?" 다시 한번 더 강조합니다. 소독 및 환기를 언제 했는지 기록으로 남겨놔야 합니다.


음식점, 카페, 술집에 점검을 나가면 가장 빈번하게 목격되는 게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음식이 올라와 있는 테이블 위에 마스크를 벗어두거나, 소위 '턱스크'를 한 채로 일행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알렸지만, 손님은 당당합니다. "밥 먹는데요? 마스크 쓰고 어떻게 먹어요?"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방역 지침을 따라 달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강남구에만 1만 7천 개의 식당이 있습니다. 오늘도 보건소에선 구청 지원을 받아 20명이 10개 조로 현장 점검에 나섰는데 현실적으로 모두 단속을 하는 건 어렵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시민들의 '자발적 준수'입니다.

"밥 먹는데요? 마스크 쓰고 어떻게 먹어요?"

직장인 '나손님'입니다. 팀원들과 단체 회식을 했던 게 언제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오늘도 저를 포함해서 4명의 동료만 함께 했습니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는 무조건 핸드폰을 꺼냅니다. QR 코드를 열고 출입구에 마련된 전자 출입 명부에 찍습니다. "손님 4명 모두 찍어주셔야 합니다" 이제는 대표자 1명만 등록하는 건 안 된다고 합니다. 일행 4명 모두 찍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써야하지만 식당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하면서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자리에 앉고, 음식을 주문합니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마스크를 벗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모두 마스크를 벗고, 아니면 턱에 걸친 채로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합니다.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구청 공무원이 들어왔습니다. 식당 안을 둘러보더니 말합니다. "음식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써 주셔야 합니다" 그러자 몇몇 테이블에선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마스크를 안 쓰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저는 밥을 먹으면서 일행과 대화도 합니다. 마스크를 쓰면 밥은 어떻게 먹죠? 식당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만 먹나요?

서울 강남구 보건소 직원들이 일반음식점에 대한 방역 수칙 점검을 벌이고 있다.

"문 닫으라는 소리! 영업제한 9시? 죽음이죠."

식당을 운영하는 '나주인'입니다. 요즘은 5명 이상 오는 손님은 거의 없을뿐더러, 받지도 않습니다. 가끔 2명, 3명 쪼개기는 안 되냐고 묻는 손님도 있지만 될 수 있으면 정중하게 거절을 합니다. 테이블 띄어 앉기는 우스갯소리지만 손님이 없으니 자동으로 거리두기가 됩니다.

서울 강남구 보건소 직원들이 일반음식점에 대한 방역 수칙 점검을 벌이고 있다.

온도 측정, 출입 명부 작성은 일상이 됐습니다. 최근 방역 수칙이 바뀌면서 '외 ○명'으로 적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가끔 대표자 이름만 적는 손님들에겐 한 번씩 더 요청해야 합니다. 실내 소독, 환기는 하루에 1번 이상은 합니다. 그런데 구청 공무원은 관리 대장을 적어야 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거기까지는 몰랐습니다. 방역 지침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헷갈립니다.

실내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점심시간처럼 바쁜 시간대에는 일일이 손님을 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또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밥을 먹는 손님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고 말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미 자리에 앉고 주문을 마친 손님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고 하면 인상을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 강남구 보건소 직원들이 일반음식점에 대한 방역 수칙 점검을 벌이고 있다.

구청 공무원이 왔습니다. 마스크 착용 지침을 다시 강조했는데요. 솔직히 말했습니다. 가게 문 닫으라는 소리예요. 과태료도 불만입니다. 오랜 시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으면 손님은 10만 원, 업소는 150만 원이라고 합니다. 왜 방역의 책임을 저희한테만 더 크게 돌리는 거죠?

나름대로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10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9시까지로 당긴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그러면 죽음이에요. 자영업자들에겐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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