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빚기'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제조·생업·의례 등 총망라

국민제안 통한 지정은 처음

막걸리를 빚고 그것을 나누는 전통 생활 관습이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13일 ‘막걸리 빚기 문화’를 신규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막걸리를 만드는 작업뿐 아니라 생업과 의례, 경조사 등에서 나누는 문화까지 포함한 것이다. ‘국민신문고 국민제안’을 통해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되는 첫 사례다. 막걸리의 ‘막’은 ‘마구’와 ‘빨리’, ‘걸리’는 ‘거르다’라는 뜻이다. 순우리말 이름에서 드러나듯 거칠고 빨리 걸러진 술이다. 멥쌀, 찹쌀, 보리쌀 등 곡류로 빚기 때문에 삼국 시대 이전 농경 시기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와 고려 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등에 ‘지주(旨酒)’ ‘백주(白酒)’ 등의 용어로 등장한다. 조선 시대 ‘춘향전’ ‘광재물보’에서는 ‘목걸리’ ‘막걸니’ 등 한글로 표기된 막걸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규합총서’ ‘음식디미방’을 비롯한 각종 조리서에서도 막걸리 만드는 방법이 나온다.

조선 시대까지 막걸리는 집집마다 가양주(家釀酒)로 빚어 집안 특유의 술맛을 유지해 왔고 김치, 된장과 같이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발효음식의 하나였다. 일제강점기 이후 가양주는 밀주(密酒)로 단속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1995년부터 자가 소비용으로 가양주를 제조하는 것이 다시 허용됐다. 2000년대 들어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자가 제조도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재청은 “막걸리는 예로부터 마을 공동체의 생업·의례·경조사에서 빠지지 않았고, 오늘날에도 건축물의 준공식, 자동차 고사, 개업식 등 여러 행사에 제물로 올릴 정도로 관련 문화가 유지되고 있어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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