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안된다"..6개 경제단체, 정부에 '중대재해법 보완 입법' 촉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주요 경제 단체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보완 입법을 일제히 요청했다. 모호한 규정과 과도한 처벌 등으로 현장에 이대로 적용할 경우 혼란과 부작용이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13일 공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 건의서를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이들은 건의서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무엇보다 보완입법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마련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도 경영책임자 역할을 실현가능한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등 합리적으로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시행령으로 위임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법률 제2조제2호)'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와 '급성중독 등'이라는 법률문언에 비춰 볼 때 업무상 사고와 유사한 화학물질 유출 등에 의한 질병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급성중독으로 보기 어려운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 진폐, 소음성 난청, 직업성 암 등 '만성질환'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직업성 발병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직업성 질병자의 중증도 기준이 없을 경우 중대산업재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고 시 기준과 동일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5개 경제단체들은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법률 제4조제1항제1호)',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법률 제4조제1항제4호)'는 경영책임자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해 연 1회 이상 보고 받는 방법으로 관리하도록 구체적 의무규정을 시행령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적정한 인력과 예산이 수립됐는지 경영책임자가 직접 확인토록 하고,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제4조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경영책임자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특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또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위탁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고, 정부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위탁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보건교육 수강(법률 제8조제1항·제3항) 대상도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만으로 교육을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경영책임자가 제4조의 의무를 위반해 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경총 관계자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안전보건교육 수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교육수강 위반 시 과태료 부과는 위반횟수에 따라 과태료 금액을 차등해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 공표(법률 제13조) 대상도 "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로 명확히 하되 산안법상 공표대상과 중복되는 경우는 제외될 수 있도록 단서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안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 ▲사망만인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 사망만인율 이상인 사업장이 공표대상에 포함된다.
또 경총 등 5개 경제단체들은 시행령 위임근거는 없으나 법률내용만으로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파악할 수 없는 규정과 종사자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 명백한 중대산업재해는 경영책임자가 조사 및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관련규정의 시행령 마련을 정부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률 내용만으로는 중대시민재해 정의(법률 제2조제3호)에 규정된 '특정 원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경영책임자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시행령에 '특정 원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책임자등의 정의(법률 제2조제9호)에 규정된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그 개념과 구체적 범위를 시행령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경총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산안법상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도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며 "사업주가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그 범위(권한과 책임) 내에서 대표이사(사업대표)의 책임을 면해지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법률 제4조제1항제2호·제3호) 중 '재해발생 시 재발방지대책 수립'의 대상이 되는 재해개념이 매우 포괄적인 만큼, 재해범위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특정해야 한다"며 "'그 이행에 관한 조치'도 대책수립 및 이행여부를 보고받아 점검하는 것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5개 경제단체들은 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법률 제5조) 규정 중 '도급, 용역, 위탁'의 개념을 산안법 규정을 참고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급인 책임이 있는 '시설, 장비, 장소',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경우'의 범위 역시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중대산업재해가 종사자의 안전·보건 관계 법령 위반이나 과실로 발생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조사와 처벌을 받지 않도록 관련규정을 시행령에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자체적인 사고관리 역량을 키우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지원의무(법률 제16조) 내용으로 업종과 규모별로 필요한 관리사항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들고 정부 중심으로 현장컨설팅 등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며 "이번 시행령 제정 건의서를 정부가 적극 반영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해야만 법률상 모호하거나 불명한 사항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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