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던진 방역 혼선.."서울형 방역, 거리두기 강화해야"
"완화 아닌 좀더 강한 행정조치 취해야..단계 격상해야"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업종별 영업시간의 탄력적 운영을 골자로 하는 독자 방역 정책 수립에 나서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방역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 초입에 들어선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 충돌이 국민 혼란을 부추기고 자칫 방역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울시 방침에 사실상 반대와 우려를 드러냈지만 당국도 방역 대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고 코로나19 확산세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전날부터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 수립에 착수했다. 이번 주말까지는 해당 매뉴얼을 마련하고 다음 주에는 시행 방법과 시행시기 등을 정부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은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영업 시간을 조정한다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유흥주점은 현재 오후 10시에 문을 닫지만 앞으로는 늦은 밤 시간대 영업이 주인 업태에 맞게 마감 시간을 12시까지 늘려주는 식이다. 또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해 검사 후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각 영업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오 시장은 "(현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 방역'에서 벗어나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 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방심하다가는 폭발적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국면"이라며 "여기서 밀리면 민생과 경제에 부담이 생기더라도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실상 서울시 방침에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 수립과 관련해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전제를 깔았지만 일부 방침을 고수할 경우 정부 방역 정책과 혼선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 사이 국민 혼란이 커질 수 있고 서로 다른 정책에 방역 구멍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4차 유행 국면에서 이런 혼선을 막고 방역 신뢰와 성공을 얻으려면 좀 더 강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방역당국은 전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3주간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비수도권 1.5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다소 소극적이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대응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실상 4차 유행이 시작됐는데도 현재 당국의 5인 미만 집합금지 등 방역대책은 오래 지속되다보니 효용성은 물론 국민 경각심도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업종·시설별 지침을 두는 서울형 방역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완화가 아닌 좀 더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행정조치가 약하다 보니 계도가 잘 안 되는데다 마스크 철저 착용 등 방역지침을 준수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식당·카페 등 마스크를 자주 벗는 공간이나 유흥업소 등 확산 고위험 시설 등이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높은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당국은 학교 내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격주 또는 격일로 학년별 등교를 운영해 학생 밀도를 낮추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식당 등에도 인원 수 제한과 같은 방식을 활용해 감염 확산을 낮춰야 한다고 천 교수는 조언했다.
새롭거나 추가적인 방역 대응보다는 현 지침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실질적인 대책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현재 마련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원칙을 따르고 지키는 게 더 바람직하고 형평성에 맞다"면서도 "거리두기 단계 격상 조건에는 이미 도달한 상황인 만큼 이를 강화해 짧고 굵게 하는 게 낫다. 서울시도 차라리 '서울형 방역'으로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추진했어야 했다"고 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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