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는 괜찮고 남은 안 된다?" 인국공, 시위금지 가처분 논란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2021. 4. 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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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음·고성, 피켓·유인물·현수막 게시 금지 결정..시위금지 신청은 기각
인국공, 정작 스카이72 골프장 진입로에 현수막 내걸어 '내로남불' 비판도

(시사저널=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청사 인근에서 1인 시위와 현수막 게시 등을 못하도록 법원에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국공이 스카이72 골프장 앞에 현수막을 내걸었던 모습과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어서 '내로남불' 논란이 예상된다.

인국공은 최근 청사 정문 앞 주차장과 도로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중장비임대업자를 상대로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국공 청사의 경계선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시위를 금지하고, 청사 출입도 제한해 달라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법원은 인국공의 요구 일부만 인용했다. 법원은 청사 경계선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시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청사 출입을 제한해 달라는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인국공 청사 정문 앞 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고 피켓·유인물·현수막 등을 게시하는 시위를 금지하도록 결정했다.

앞서 인국공은 스카이72 골프장 진입로 등지에서 현수막과 LED 홍보차량을 동원해 '스카이72가 골프장 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장비임대업자 A씨가 내걸어 놓은 현수막 ⓒ독자 제공

"집회·시위·표현의 자유, 타인의 권리 침해하면 안 돼"

지난해 5월27일과 10월30일 인국공 청사 정문 앞 주차장과 도로에 차량을 주차해 놓고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는 방법으로 시위를 벌였다. 당시 A씨는 자신의 차량에 '인국공 임직원들의 비리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도 내걸었다. A씨는 지난해 12월15~30일에도 이런 형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에 인국공은 청사 건물과 청사 경계선으로부터 100m이내에서 시위를 금지하도록 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 시위에 사용했던 피켓과 유인물, 현수막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국공은 A씨의 청사 출입도 제한해 달라고 신청했다.

인천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인국공의 신청을 일부만 인용했다. 재판부는 "집회·시위·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는 한계를 가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현수막을 붙여놓고 차량 스피커를 이용해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는 방법으로 시위를 반복한 사실이 소명된다"며 "인국공이 A씨를 상대로 시위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판결내용을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각 200만원씩 지급하라'는 인국공의 간접강제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A씨가 인국공 청사 경계선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시위나 집회, 농성하는 행위 일체를 금지하도록 해 달라는 신청을 기각했다. A씨의 집회·시위·표현의 자류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씨가 청사 건물에 출입하는 행위를 제한해 달라는 신청도 기각했다.

인국공이 스카이72골프장 주변 도로변에 설치한 현수막 ⓒ독자 제공

"골프장 토지 무단 점유해 영업…정당한 권리 행사일 뿐"

앞서 인국공은 지난달 15일 스카이72 골프장 진입로 등지에 '스카이72는 토지 무단점유 영업중인 골프장입니다. 골프장 이용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15개를 내걸었다. 또 LED 광고차량 3대를 동원해 현수막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는 인국공이 중장비임대업자의 시위를 막아내기 위해 시위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인국공이 '내로남불'식 행정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비임대업자의 시위에 소송으로 맞섰으면서, 자신들의 행위에 관대했다는 것이다.

당시 인국공은 현수막에 대한 적법성과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스카이72 골프장 진입로 인근의 도로에 대해 관리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도로이기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국도나 일반도로와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천시 중구의 판단은 완전히 다르다. 스카이72 골프장 진입로 인근의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에 관할권이 중구에 있다는 것이다. 중구는 지난 5일 스카이72 골프장 주변에 설치한 현수막을 자진 정비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스카이72는 지난 8일 김경욱 인국공 사장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토지 무단점유 영업중인 골프장'이라는 인국공의 주장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민법상 토지임대차계약에 의해 골프장 부지를 임대한 만큼, 지상물매수청구권과 유익비반환청구권이 있기 때문에 이들 권리를 보장받을 때까지 골프장 부지를 점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스카이72는 올해 1월25일 법원에 인국공을 상대로 '협의의무확인'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스카이72는 실시협약 제66조 5항에 '정부의 방침변경 등으로 사업 대상지의 개발여건 등이 변경되는 경우 상호 협의하여 협약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인국공은 단 한 번도 협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인국공은 올해 1월4일 스카이72를 상대로 토지인도 소송을 냈다. 실시협약에 골프장 부지 사용계약 종료일이 2020년 12월31일로 명시된 만큼, 토지를 내놓고 철수하라는 게 인국공의 주장이다. 인국공은 지난 1일 스카이72를 압박하기 위해 골프장 잔디에 물을 공급하는 중수도를 차단하고 스카이72 대표이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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