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자 흔들리는 野 단일대오..'빅텐트' 구상 난항

국민의당 합당 논의 지지부진..금태섭·윤석열 제3지대행 가능성까지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4.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4·7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에 대항해 직·간접적으로 힘을 합쳤던 야권 주자들의 단일 대오가 선거 승리를 기점으로 흔들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지난 선거에서 야권 승리에 힘을 보탰지만 본게임으로 불리는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는 각자의 셈법으로 다른 길을 걷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대선에서도 범야권의 대표 플랫폼이 되겠다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장 국민의당과의 통합, 신당 창당 문제, 윤 전 총장의 영입 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야권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공동경영 약속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문제에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권한대행이 "가급적 빨리 합당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달라"고 했지만 안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입장 정리가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맞받았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작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의 크기를 떠나 엄연한 야권의 일원이라는 점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시 지분을 늘리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합당에 대한 샅바싸움이 길어질 경우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거대 정당임을 내세워서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 형태로 품으려 한다면 안 대표 입장에서도 제3지대를 넓혀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밖에서 나오는 신당 창당 목소리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를 위한 안 대표와의 제3지대 경선 불씨를 만들었던 금태섭 전 의원은 통화에서 "향후 대선을 생각한다면 지금 국민의힘으로는 안된다"며 여야 전당대회가 끝나면 신당 창당에 관여하겠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에게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보선에서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차선책이었을 뿐, 대선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보선에서 민주당이 싫어 국민의힘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유권자들을 다음 대선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새 정당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에서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방은 현재 야권 권력구도 재편의 가장 큰 변수다. 국민의힘은 대선레이스에서 필요한 경비와 정치 세력을 고려할 때 윤 전 총장이 입당하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내년 초까지는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에 더해 금 전 의원까지 "윤 전 총장이 정치할 수 있는 틀"로서의 신당 창당 계획을 내세우면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국민의힘에게는 대선까지 당밖 인사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외연을 넓히고 덩치를 키우는 것이 최대 숙제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보궐선거를 통해서 민심이 한순간에 얼마나 많이, 빠르게 바뀔 수 있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며 "내년 대선까지 남은 1년이 우리에겐 훨씬 중요하다. 당내 갈등을 관리하고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난다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yoo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