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표현 쓰지 말자] '깜깜이' 정은경도 쓰지 않기로 했는데

장슬기 기자 2021. 4. 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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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재보궐 선거가 있었다.

이뿐 아니라 다수 매체가 여론조사 공표기간을 '깜깜이 선거'라고 보도했다.

중대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깜깜이 감염', '깜깜이 환자' 등의 표현을 쓰지 않겠다며 '감염경로 불명',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환자'로 대체하겠다고 했고, 정은경 본부장도 "'감염경로 조사 중인 사례'로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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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현 쓰지 말자] '깜깜이 선거' '깜깜이 감염' 장애인차별 지적에도 언론에선 계속 사용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지난 7일 재보궐 선거가 있었다. 선거 1주일 전인 지난 1일부터는 재보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기간이다. 흔히 언론에서는 이 기간을 '깜깜이 선거' 기간이라고 표기했다. 선거 막판 민심을 알 수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내일부터 재보궐 여론조사 '블랙아웃'…'깜깜이' 선거전”(뉴시스, 3월31일)
“오늘부터 '깜깜이 선거'…여론조사 공표 금지”(연합뉴스, 4월1일)
“'깜깜이 선거전' 돌입…여야 돌발변수 경계령”(국민일보, 4월1일)
“여론 모르는 '깜깜이 6일' 중도층·2030세대 표심은 어디로”(한국일보, 4월6일)
“가짜뉴스 판친 '깜깜이' 선거”(조선일보, 4월9일)

이뿐 아니라 다수 매체가 여론조사 공표기간을 '깜깜이 선거'라고 보도했다.

▲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깜깜이 선거' 기간이라고 보도한 매체들

국어사전에선 '깜깜이'를 “어떤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 뜻에 따라 '깜깜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해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백신 확보 상황을 두고 “선진국은 일상에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우리 국민들은 '깜깜이' 상태”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백신을 언제 확보할지 모른다는 상황을 표현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페이스북

같은날 한국일보는 OECD의 디지털세 부과 논의에 미국이 참여한 소식을 전하며 기사 제목을 “글로벌 '세금 확보 전쟁' 막 올랐는데.. 한국에 미칠 영향은 '깜깜이'”라고 뽑았다. 한국에 미칠 영향을 모른다는 뜻으로 '깜깜이'를 사용했다.

코로나 확산과 함께 '깜깜이 환자', '깜깜이 감염'이란 말도 많이 나왔다. '깜깜이 환자'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 확진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비교적 감염경로 파악이 쉬웠지만 무증상 환자 증가 등 역학조사가 어려워지면서 자주 나온 용어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 감염은 '깜깜이 감염'이라고 썼다.

“전국 모든 권역 감염재생산지수 1이상…'깜깜이' 감염 확산”(파이낸셜뉴스, 4월12일)
“대전 코로나19, 11일 17명 감염…깜깜이 관련 13명”(쿠키뉴스, 4월11일)
“전남 순천 이틀 새 10명 중 절반 '깜깜이' 확진…추가 확산 우려”(연합뉴스, 4월10일)
“유흥업소 發 연쇄감염 확산일로…부산서 깜깜이 감염 속출”(프레시안, 4월6일)

그러나 깜깜이를 쓰지 말자는 지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장애관련 올바른 용어 가이드라인'을 보면 '깜깜이 회계'는 '확인 불가능한 회계', '알 수 없는 회계' 등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깜깜이라는 표현이 시각장애인을 차별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사진=노컷뉴스

깜깜이는 지난해 8월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도 쓰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한 용어다. 중대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깜깜이 감염', '깜깜이 환자' 등의 표현을 쓰지 않겠다며 '감염경로 불명',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환자'로 대체하겠다고 했고, 정은경 본부장도 “'감염경로 조사 중인 사례'로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시각장애인들이 차별적 용어에 대해 개선을 요청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같은 지적이 국회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9월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깜깜이'라는 용어를 쓰셨다. 사실 이 용어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차별적 발언이라고 해서 사용하지 말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다른 용어인 '감염경로 불명'을 사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도 의원들에게 “앞으로는 '감염경로 불분명', '감염경로가 확실하지 않음' 표현으로 정정해 발언해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언론보도에선 아직 다양한 분야에서 '깜깜이'를 사용하고 있다.

“깜깜이 표준지 공시지가 보상…시세기준으로 바꿔야”(파이낸셜뉴스, 4월12일)
“'억' 소리 나는 김제 모악산축제, 오늘 '깜깜이' 개막”(세계로컬신문, 4월9일)
“'깜깜이 공시가' 논란에…이의신청 사상 최다 전망”(한국경제, 4월5일)
“한은 금통위 재편 1년…매인지 비둘기인지 아직도 '깜깜이'”(서울경제, 4월5일)
“충남도 산하기관 '깜깜이 연구예산'이 10년간 300억 원”(뉴시스, 4월2일)

여러 차례 지적이 나온 만큼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기사의 표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언론에선 여전히 '깜깜이'라는 표현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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