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AI 연구기지 수리연구소 본래 가치 인정 받겠다"

김우현 기자 2021. 4.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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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제6대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지난달 31일 대전 유성구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에서 김현민 수리연 제6대 소장(사진)을 만났다. 수리연 제공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수학을 포함해 수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겁니다. ‘AI 연구 기지’와 같은 수리연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집중하겠습니다. ”

지난달 31일 대전 유성구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에서 만난 김현민 소장은 “AI의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필수”라며 “AI 기초가 필요한 연구자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수학을 이용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올해 2월 수리연 제6대 소장으로 선임됐다. 

2005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부설 연구소로 설립된 수리연은 2012년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설 연구소로 이관된 뒤에도 국내 유일의 정부 수학 연구기관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해왔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수학으로 해결된다’는 신념으로 국가 발전에 필요한 산업수학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유행하자 ‘코로나19 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매주 수리모델을 통해 예상한 확진자 발생 추이를 공개하며 방역 정책 수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 소장은 “스타트업 지원부터 의료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학으로 해결하는 의료수학 연구까지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서 사회 전반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수학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원천기술"

수리연은 전체 직원이 80명, 연간 예산 100억 원 수준으로 정부 연구기관 중에서는 규모가 작다. 직원 가운데 70%가 넘는 60명 이상이 연구원이다. 대수학, 해석학 등 순수수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산업수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I 연구도 산업수학 연구의 큰 축이다. 지구온난화로 극지 해빙이 녹으면 한반도 해수면 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딥러닝을 이용해 빙상의 움직임을 모델링하고 있다. 2016년 처음으로 관측돼 전 세계를 뒤흔든 중력파 데이터 분석법도 연구 중이다. 여기에도 AI 딥러닝 기법이 적용된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차세대 보안기술로 떠오른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의료수학 연구에도 AI를 포함해 다양한 수학적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축적한 의료 영상 빅데이터에 수리 모델을 적용해 질병이나 건강지수를 예측하는 연구도 시작했다. 걸음걸이를 AI로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는 기법도 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확산 예측 모델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소장은 “한국은 20세기 후반 지식정보 기반의 3차 산업혁명을 통해 과학기술 연구에서는 급성장했지만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4차 산업혁명은 하드웨어가 아닌 인재 중심의 소프트웨어와 AI가 원천기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에서 한국이 희망적이라고 전망했다. 지식을 전달하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수업 방식에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문제점도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한국 청소년의 수학 실력은 우수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부산대 수학과 교수로 있다가 수리연 소장에 선임됐다. 그는 “대학교 1학년 학부생들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면서 시험 삼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학부 1학년생들이 치르는 미적분학 중간고사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낸 적이 있다”며 “한국 학생들의 성적이 더 우수하거나 비슷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앞으로 감염병, 자연재해 등 안전문제와 조류독감 등 가축 관련 질병, 기후변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때 AI는 필수 도구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직업 컨설팅을 할 때 AI보다 수학을 전공하라고 추천할 만큼 수학은 AI 연구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민 수리연 제6대 소장. 수리연 제공

○ 수리연, '독립 청사' 이전으로 물꼬튼다

김 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일 외에도 산적해 있다. 우선 청사 이전 문제다. 수리연은 그간 독립 청사가 없어 민간기업 건물을 빌려 사용해왔다. 연간 임대료만 10억 원에 이른다. 몇 년 전부터 독립 청사 이전을 추진해왔지만 수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리연 이전과 관련한 1차 예산 심의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독립 청사 후보지는 대전 유성구 장동이다. 

김 소장은 “현재는 공간이 협소해 연구원들이 두 건물에 나뉘어 일하고 있다”며 “독립 청사가 생기면 수학 문화관을 만들어 수학의 대중화와 AI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노사 갈등'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수리연은 2013년 당시 계약직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며 전임 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등 수년간 파행을 겪었다. 해고 연구원들을 복직시키고 채용 대상에서 '비정규직' 항목을 없애는 등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한 여러 대책을 강구하며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소장은 “대덕 특구 내 다른 연구기관과 협력해 수리연의 성과를 널리 알리는 게 목표”라며  “수리연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관인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에 더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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