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이젠 평등을 이야기 할 때다
[박혜리(한국여성노동자회 페미워커클럽)]
모두가 청년세대를 말한다. 혹자는 반 문재인 정부 투쟁의 화신으로, 혹자는 정규직 노동조합 기득권의 희생양으로, 혹자는 새로운 정치의 희망으로 말한다. 하지만 청년 세대가 살아가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을 말하는 이들은 적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취업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의 죽음은 상징이 아닌 청년세대의 일상이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압도적 자본 우위와 전면적 불안정 노동의 시대, 청년들이 겪었던 불평등은 노동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올해 3월에만 청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12만 명이 해고됐다. 이들이 한꺼번에 겪었던 해고와 배제의 경험을 말하며 청년과 비정규직과 여성과 노동을 각각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2021 함께살자 청년·학생 연대 실천단'은 131주년 노동절을 맞이해 "우리는 노동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오는 30일 전야제를 개최한다.
앞으로 실천단은 네 편의 글에서 여성, 소수자, 비정규직 각각 다른 이름을 한 이들이 왜 이곳에 모여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또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말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평등에 입각한 새로운 청년의 정의를 말하는 것이다.
'노동'은 청년들에게 낡은 단어처럼 여겨진다. 많은 청년들이 노동자로 살고 있고, 살아야 함에도 청년들은 '노동자'라는 단어를 고루하게 인식하며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여긴다. 그렇게 청년 노동자들은 점차 '노동'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나의 일에 이름을 붙일 수 없게 될 때 내 문제를 해석할 수 있는 틀도 사라진다. 청년들이 '노동자'라는 단어와 자신을 분리할 때 청년들은 노동자로서 연대할 수 없게 되었으며, 서로를 경쟁상대로만 여기게 되었다. 청년의제와 노동의제가 분리되며 청년 비정규직 문제는 오랫동안 가려져왔고, 코로나19 이후 '20대 여성 노동자들의 조용한 학살'의 모습으로 수면 위에 드러났다.
노동의 위기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의 위기
코로나19 위기가 닥친 직후인 2020년 3월 한 달 동안 12만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런 흐름은 1년 동안 더욱 심화되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코로나19 1년 여성노동자 일자리 변동 현황조사'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시기 동안 20대 여성 4명 중 1명이 일을 그만 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은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았다. 노동시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는 가장 유연하게 해고할 수 있는 인력으로 취급되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많은 20대 여성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이었다. 많은 20대 여성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 얼마 전 논란이 된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과 같이 결정권자들의 가부장적 사고방식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은 생계부양자가 아니며 '결혼, 임신, 출산'으로 곧 회사를 떠날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을 착취해왔다는 사실이다.
20대 여성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노동의 위계구조와 성별의 위계구조 아래 복합적인 차별을 받아왔다. 여성 청년의 일자리가 비정규직화 될 때 생기는 문제는 쉬운 해고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쉽게 해고될 수 있기에 어떤 의견도 낼 수 없는 존재로 취급되며,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부수적인 노동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가 '낮은 가치의 노동자'로 평가되는 방식은 성차별과 만나 심화된다. 여성가족부의 '2018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중 14%가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는데, 이 비율은 20대 여성 비정규직 집단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들은 부당하다고 외칠 수 있는 목소리조차 가지지 못했다. '낮은 가치의 노동자'로서 이들은 쉽게 해고되고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시스템 아래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결정권을 빌미로 20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이중으로 착취해왔다. '20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위기에 닥친 집단해고 문제 이전에 직장 내에서의 차별과 배제에 오랫동안 노출되어왔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청년들이 겪고 있는 '조용한 학살'이 점차 사회 전체에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평등정책TF 보고서 <노동/일의 세계>에서는 "소수자는 일의 세계를 먼저 겪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지금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이 과거 여성 노동자들이 먼저 겪었던 고질적 문제임을 지적했다. 과거에는 '소수자들만' 겪었던 열약한 노동환경이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20대 청년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현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이 노동 문제 해결을 말해야 하는 이유
이러한 문제의식은 '노동의제'가 '청년의제'여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확대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높은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청년세대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청년 노동의 가치를 평가 절하한다. 오랫동안 청년노동은 미성숙한 노동으로 여겨지며 낮은 가치의 노동으로 여겨져 왔다. 이를 비판하기 위해 '열정페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음에도 이러한 청년노동의 가치평가는 여전히 익숙하게 여겨진다. 많은 청년노동자들이 '체험형 인턴'이나 '수습기간'이라는 명목 아래에서 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노동가치의 평가 절하는 청년들이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지만, 노동이 존중받지 못할 때 노동자 개인 또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청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여겨지지 못하고 분리된 집단으로 취급받는 방식으로까지 나아간다. 노동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의 전반에서 청년들이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청년 노동을 이야기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청년이 소비되는 방식, 비정규직 일자리가 확대되며 청년 노동 또한 함께 불안정해지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청년의 삶이 단일하지 않음에도 하나의 집단으로 묶여 일반화되는 방식에 저항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노동환경을 요구해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한 불안정 일자리 문제, 해결되지 않는 청년 실업을 해결할 것을 국가와 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청년 세대의 경쟁을 부추기는 능력주의, 논의 과정을 협소하게 설정하는 편향된 공정성 담론을 거부하고 평등과 연대로 구성되는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탄소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동시에 노동자로서 소모되지 않는 대안적 삶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자신을 위하는 길은 점점 더 좁아지는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정규직 일자리, 보다 나은 노동환경,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노동자'로서 만나 더 많은 사람과 연대하며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혜리(한국여성노동자회 페미워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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