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결혼 한 달 만에..'비극'으로 끝난 50대 부부
A 씨(59)와 B 씨(59)는 지난해 6월 혼인신고를 하고 강원도 원주시에서 함께 생활했다.
하지만 행복할 것 같던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 A 씨는 아내가 결혼 생활에 충실하지 않고 늦은 시각에 귀가하거나, 자주 외박을 함에도 외박 장소를 알려주지 않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됐다. 여기에 아내가 지속해서 돈을 요구하자 남편의 불만은 점점 쌓여갔다.
결국, 결혼 한 달 만에 이들 부부의 결혼 생활은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해 7월 23일 오후 10시 30분쯤 강원도 원주시의 부부 자택.
이들 부부는 함께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A씨가 B 씨에게 “부부생활이 아닌 것 같다. 내 돈을 노리고 사기 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말에 격분한 아내는 욕설 등을 하며 집을 나가려 했다.
아내가 또다시 외박하려 하자 격분한 A 씨는 부엌에 있던 흉기로 목, 어깨 등 온몸을 13차례 찔렀다. 당시 의식이 있었던 아내는 “119를 불러 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A 씨는 범행 후 이웃집에 “아내를 흉기로 찔렀으니 신고해 달라”고 말하고는 2시간여 만에 집으로 돌아왔고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A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해자로부터 욕설 등 말을 듣고 격분해 부지불식간 범행에 이른 것으로 살인을 저지를 뜻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또 “술을 마신 상태로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살인죄에 있어서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며 “건장한 체격을 가진 피고인이 왜소한 체격의 피해자에게 흉기로 공격하고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직접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피해자를 그대로 버려둔 채 현장을 이탈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동기, 공격에 사용한 흉기, 범행 직후 피고인이 보인 행동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은 범행 당시 확정적인 살인의 범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신미약과 관련해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사실, 피고인이 격분해 흥분한 상태였던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범행 전후 보인 행태, 범행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술에 취하고 격분한 것을 넘어서서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근거를 들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조영기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살인은 매우 중대한 범죄로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고 이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크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기였음에도 피해자가 자신의 뜻대로 부부생활을 영위하지 않고 단지 기분 나쁜 언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잔혹하게 살해하기에 이른 것으로 범행의 경위와 내용, 그 결과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생명을 잃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고, 피해자의 유족도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고, 피해자의 유족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줄 것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체로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전력이 없고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이상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A 씨 측은 1심 판결에 대해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사정원 기자 (jws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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