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수사심의위에 '정경심 두둔' 이연주 변호사 포함..검찰 비판 교수들도
[경향신문]
경찰의 수사정책을 자문하고 종결사건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했던 이연주 변호사(48·사법연수원 30기)가 포함됐다. 이 변호사는 2000년대 초 경험한 1년 동안의 검사 생활을 바탕으로 지난해 검찰을 비판하는 책을 출간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변호사의 책을 읽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한 언론인의 책을 권하기도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3일 ‘경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수사심의위는 수사정책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만든 기존의 ‘경찰수사정책위원회’와 이의신청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심의신청 심사위원회’를 통합한 회의체다.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후 ‘3중 심사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만든 외부심사 체계로 국수본과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에 설치된다. 경찰청 예규는 수사심의위원을 “사회적으로 덕망이 있고 전문성을 갖춘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 인사 중에서 경찰청장이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수본 수사심의위원 19명(외부위원 16명·내부위원 3명)에는 이 변호사도 포함돼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23일 정 교수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그해 12월25일 페이스북에 “예수 그리스도가 박해받은 이유가 그러하듯이, 죄 많은 자들은 자신의 죄보다는 그 죄악을 들추고 없애려는 자를 더 미워하는 법”이라면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대재난은 마음에 기나긴 여진을 남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한 권 한 권 사주시는 제 책의 인세는 향후 제가 ‘감옥에서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 때쯤이면 지금 울산시장 선거개입, 유재수 감찰무마 등등으로 기소되어 고생하고 있는 많은 공직자들이 더 이상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가 언급한 책은 그가 지난해 11월 펴낸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로 부제는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이다. 이 변호사는 2001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인천지검 검사로 발령받았다가 이듬해 변호사로 개업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던 지난해 12월9일 국회 본회의장에 나와 이 변호사의 책을 가방에서 꺼내 읽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행 의혹을 다룬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의 <비극의 탄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이 책이 그 사건을 바로 보는 나머지 한 눈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박원순이 세상에 펼친 열정, 사람을 향한 순박한 애정에 합당한 충분한 애도를 하지 못해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온 마음을 다해 그 분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썼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에서 인정받은 제 피해 사실과 개인이 저서에 쓴 주장은 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분별력 있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시선으로 그 책을 평가하실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수본 수사심의위원에는 이 변호사 외에도 조 전 장관이나 추 전 장관을 옹호하거나 검찰에 비판적인 인사가 포함됐다. 윤동호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검찰 개혁을 실현하려는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것을 막고자 (검찰이)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초 추 전 장관이 “조금 늦게 알아도 될 권리”라면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피의자의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자 “추 장관의 결정은 타당하지만 낯설 뿐”이라면서 “한 달 가량 후에 국민의 알 권리는 얼마든지 충족된다”고 썼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찰도 수사와 기소 기능 분리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7개국이 검찰 수사권을 유지하고 있고 28개국이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 지휘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이밖에 국수본 수사심의위는 위원장인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의 위은진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 동국대 법심리연구소 소장인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중립성을 의심받는 인사가 경찰 수사의 적절성을 논하는 외부위원에 포함되면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