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총리, 짧고 굵은 이란 방문 후 귀국..관계회복 물꼬 텄다

박주평 기자 2021. 4.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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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순방이자 대선 도전 앞두고 마지막 순방
제1부통령 등 최고위급 면담, 동결자금·핵합의 협력 의지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1.4.12/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이란의 '한국케미호' 억류 문제로 악화됐던 한국-이란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트고 귀국했다.

이란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 11일 출국했던 정 총리는 1박3일 일정의 강행군을 마치고 이날 오전 8시45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공군1호기 편으로 도착했다.

정 총리의 이번 이란 순방은 우리나라 국무총리로서는 1977년 이후 44년 만이자, 문재인 정부 최초의 이란 방문이다. 정 총리 개인으로서도 지난해 1월 취임 후 첫 처음이자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사임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마지막 순방이다.

특히 정 총리는 이란 정부가 지난 1월4일 우리 선박 '한국케미호'와 선원들을 '환경 오염'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나포했다가 95일 만인 지난 9일 석방한 직후, '한-이란 관계의 회복'이라는 중책을 맡고 순방에 나섰다.

이란 정부는 선박 억류 문제 및 국내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70억달러 등 양국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 최고위급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총리는 이틀 동안 Δ에스학 자한기리 제1부통령과 회담 및 만찬(11일) Δ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면담(12일 오전) Δ알리 라리자니 최고지도자 고문(전 국회의장)과 면담(12일 오전) Δ현지 진출 기업인 간담회(12일 오후)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정 총리는 이란 최고위급 인사들로부터 이란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원유수출 대금 70억달러(7조6000억원)가 국내에 동결된 데 따른 어려움을 듣고, 한국이 신속히 문제해결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자한기리 제1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동결자금 문제로 항상 긍정적이고 우호적이었던 한국의 이미지와 입지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향후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총리는 "이란의 원화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국과 가능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면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진전을 위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1.4.12/뉴스1

또 양측은 대이란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적 교역을 확대하고, '경제협력점검협의체'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기 이전인 2011년 교역 규모가 170억달러에 달하는 등 중동에서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이었던 만큼, 이란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정 총리는 전날(12일)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란 지도자들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양국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전기를 마련해 협력관계를 만들어가려는 생각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적으로 바람직하고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온 것과 오지 않은 것하고는 앞으로 국익을 지키는 데 차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불편하다고 모른 척하다가 상황이 호전돼서야 챙기려고 나서면 호응을 받기 어렵다. 어려울 때 소통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외교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투자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이 저에게 출장을 명하신 것 아닌가. 대통령의 관심사안이기도 하다"며 "지도자들과 이야기할 때 대통령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시고, 저를 출장하도록 하셨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란 현지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 SK네트웍스 등 기업과 수출입은행·코트라 등 지원기관이 참여한 간담회에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 기업인의 노력에 힘입어 큰 제약에도 양국 간 교역 등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기업활동 개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다.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번 총리 이란 순방을 통해 고위급 교류를 비롯하여 양국관계를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양측 지도층의 강력한 의지를 상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 여건에서도 추진할 수 있는 실질협력 사업부터, 대외여건 개선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양국 간 협의체 가동까지 다양한 제안을 이란 측에 전달했다. 이란 측 역시 우리의 관계 발전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 양국의 실질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선박 억류 사태가 95일만에 해소되고, 이란 핵합의(JCPOA) 관련국 간 논의가 개시된 가운데, 내년 한-이란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에 더 의미 있는 방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 총리는 서울공항에 도착한 즉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진단검사를 받았고, 오는 16일까지 서울공관에서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다. 차관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공무 국외출장은 자가격리가 면제되지만, 정 총리는 이란의 코로나19 상황이 일일 확진자가 2만명 안팎에 달할 정도로 엄중한 만큼 예방적 차원에서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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