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2030 얘기 듣겠다"더니.. 친문 네티즌에 화력지원 요청
2030 커뮤니티, "분란 조장하나" 신규가입 차단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젊은 층에게 쓴소리를 듣겠다며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인 ‘에펨코리아’ 유저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다가 망신을 샀다. 친문(親文) 성향 커뮤니티인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이른바 ‘화력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들통나서다. 에펨코리아 측은 “좌표 찍기 하지 말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김 의원은 12일 밤 9시 55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에펨코리아' 커뮤니티 유저 여러분을 찾아뵈려고 한다. 저에 대해서 가장 많은 비판을 하는 사이트인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진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2030세대가 주류인 ‘에펨코리아'는 문 정부 초기에는 친문 성향이었다가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반문(反文)으로 돌아섰다.
김 의원은 “더 가깝게 소통하고 민주당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솔직하게 갑자기 확 바뀌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듣고 싶다.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있으면 바꿔나가고, 민주당 내에 의원님들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도록 전달하겠다”고 했다.
2030 세대와 소통하겠다던 그의 글은 불과 두 시간여 만에 조롱거리가 됐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지 10여분 만인 이날 밤 10시 8분 친문 성향 커뮤니티인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딴게이 선배님들께서 적극 소통하라고 조언해주셔서 용기를 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에펨코리아를 비롯해서 에브리타임 등등 여러 사이트에서 직접 소통하고, 우리 당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겠다”며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말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딴게이 선배님들께서 말씀해주신 에펨코리아를 비롯해 여러 커뮤니티 소통 창구를 함께 하겠다. 다들 가입해 달라. 필수입니다!”라고 했다.
이 글이 퍼진 직후 에펨코리아에는 “소통을 하러 온다는 사람이 좌표를 찍느냐”, “대놓고 여론조작을 하겠다는 것” 등의 비판 의견이 올라왔다. 이후 에펨코리아 측은 신규 가입을 막고 “좌표 찍기 하지 말아달라”는 공식 입장을 올렸다. 좌표 찍기란 온라인 여론 몰이를 위해 특정 인터넷 게시글의 링크를 복사하고 퍼뜨리는 행위를 뜻한다.
에펨코리아 측은 “상식적으로 정치인이 소통을 명목으로 타 사이트에 좌표 찍는 행위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큰 파장이 있고 성향이 다른 유저들끼리 큰 마찰과 분란이 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 사이트에 피해 주는 행위는 자제 부탁드린다. 조용히 가입하고 활동해도 사이트 규정은 공평하게 적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김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캡처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커뮤니티는 일반 대중 중에서 ‘글 쓰고 놀 정도의 적극성이 있는 부분집합’ 정도로 인식하면 된다”며 “주변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자. 실체 없는 커뮤니티 찾아다닐 것 없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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