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금융지주사 설립 공식화..마윈 지배력 변화 가능성

- 中 금융당국 5대 요구사항 수용..알리페이와 소액결제 분리
- 은행과 같은 수준의 규제 받게 돼, 유상증자하면 마윈 지배력도 변화

앤트그룹 금융지주회사 설립 신청과 관련한 중국 인민은행 성명. 바이두뉴스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마윈이 창업한 중국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 앤트그룹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금융 당국의 요구로 이뤄지는 재편인 만큼 추가 수정 사항이 없을 경우 정부 승인은 곧바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앤트그룹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됐다.

13일 차이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전날 성명을 내고 “국가가 플랫폼 경제 개발을 규제하고 모든 금융활동을 감독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중요한 조치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금융 관련 사업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트그룹은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인민은행 등 금융감독기관이 제시한 ‘5대 요구사항’을 연구와 준비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 지주회사 설립, 기업지배구조 개선, 충분한 자본 확보, 개인 정보보호 강화, 거래 투명성 향상 등을 뜻한다.

앤트그룹은 “원점으로 돌아가 소액결제에 집중하고 데이터 남용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것”이라며 “소비대출 금융상품인 져베이와 화베이를 모두 소비금융회사에 포함시키고 소비금융업무에서 법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앤트그룹은 성명 내용은 중국 금융당국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민은행 등은 앤트그룹을 두 차례 불러 질타하면서 규정을 위반한 대출, 보험, 이재(투자상품) 등 금융 상품 판매 활동을 바로 잡고 ‘지불’에만 신경 쓸 것을 압박했다.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알리페이는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함께 중국 내 전자 결제 서비스를 양분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소비활동이 불가능하다. 알리페이 연간 사용자만 10억명이 넘는다.

앤트그룹은 이 같은 전자 결제서비스가 아니라 알리페이 앱 안에 들어 있는 소액 대출과 각종 투자 상품을 통해 이익을 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별다른 규제는 받지 않았고 이 덕분에 막대한 수익 창출과 무한한 사업 확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마윈이 지난해 10월 말 ‘위험 방지’를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금융당국을 비판한 이후 앤트그룹과 알리바바에 대한 시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앤트그룹이 지배구조 개선과 충분한 자본금 확보 이행을 위해 대규모 증자를 거칠 경우 마윈의 지배력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윈은 현재 앤트그룹 지분 50.52%를 보유하고 있다. 또 앤트그룹 모회사인 알리바바를 통해서도 32.6% 가량의 지분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은행도 같은 날 앤트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신청 소식을 전하면서 “알리페이와 져베이·화베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끊을 것”이라며 “상품과 유동성의 위험을 통제하고 금융상품 위에바오 규모를 적극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