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0년 모기지는 답이 아니다

이윤정 기자 2021. 4. 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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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모기지가 출시되기도 전에 50년 모기지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대출 한도 확대도 없이 원금 상환 기간만 늘리는 50년 모기지는 결국 '조삼모사'다.

금리가 35년 모기지와 비슷하다 해도 50년 모기지가 소비자 입장에선 훨씬 손해다.

모든 소비자가 은 위원장 말처럼 산다고 보긴 어려울뿐더러, 은 위원장 말대로라면 왜 굳이 50년 모기지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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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모기지가 출시되기도 전에 50년 모기지 논의가 시작됐다. 집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소득은 오르질 않고, 대출 환경은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니 나온 아이디어다. 돈 갚는 기간을 늘려주면 매달 나눠 갚아야 하는 원금 규모가 줄어드니 일단 청년, 신혼부부도 집을 살 수는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주거 사다리를 강화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던졌고, 정부가 "연구할 수 있다"며 받았다.

그러나 대출 한도 확대도 없이 원금 상환 기간만 늘리는 50년 모기지는 결국 ‘조삼모사’다. 매달 갚아야 하는 원금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이자다. 대출 기간에 시장금리가 오르고 내리는 변동성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리에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현행 35년 모기지보다 50년 모기지 이자가 높으면 높았지 낮아지기는 어렵다. 상환 기간이 길수록 금리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가 35년 모기지와 비슷하다 해도 50년 모기지가 소비자 입장에선 훨씬 손해다. 35년만 내면 되는 이자를 15년 더 낸다면 그만큼 이자 총액이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자를 좀 더 내고 돈을 더 많이 빌릴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50년 모기지는 비합리적 선택이다. 그럼에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만기를 50년까지 대폭 늘리면 평생에 걸쳐 천천히 갚아도 된다"며 "이자 부담이 대폭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아직 50년 모기지를 이용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 노후 소득 확충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50년 모기지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지금 당장은 직장생활을 하는 만큼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은퇴 이후 소득이 끊기면 매달 돌아오는 원리금은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일본의 경우 정년을 70세로 연장하고 나서야 50년 모기지를 도입했다.

정부도 이러한 지적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답은 "보통 7년, 10년이면 집을 갈아탄다"는 것이다. 한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지 않은 만큼, 50년 모기지를 끝까지 이용할 일 역시 드물다는 뜻이다. 모든 소비자가 은 위원장 말처럼 산다고 보긴 어려울뿐더러, 은 위원장 말대로라면 왜 굳이 50년 모기지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50년 모기지가 갖는 의미는 매달 갚는 돈이 조금 줄어드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50년 모기지는 현 상황을 피해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한 은행원은 "(주택 가치 대비 대출 비율을 뜻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높여주지 않는 한 100년 모기지가 나와도 소용없다"고 했다. 결국 청년,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돕는 방법은 주택 가치와 상환 능력에 따라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합리화하고, 공급을 늘려 집값을 낮추는 것뿐이다. 50년 모기지는 소비자가 원하는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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