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님 '여의도·용산 통개발 후폭풍' 잊지마세요
공급신호, 되레 집값만 올릴까 우려..규제완화 부메랑될수
서울은 온통 오세훈 새 서울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간주도의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선출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해 공급 시그널을 주겠다는 것인데 되레 집값만 올리는게 아니냐는 불안감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2018년 박원순 전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이 잠잠하던 집값에 기름을 부었듯 최근들어 재건축단지를 제외하고 잠잠해지는 듯한 서울 집값에 또다시 불을 지피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 '2018년 데자뷔'?…잠잠한 집값에 불 지피나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2018년 7월 싱가포르 출장 현장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마스터플랜)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잠잠하던 서울집값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가 세금·대출 등을 총망라한 고강도의 8.2대책(2017년)을 발표한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가 큰폭으로 줄어들고 집값도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였다. 박 전 시장의 발언 이후 여의도 일대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억원씩 값이 뛰었다. 이 불길은 여의도에 그치지 않고 서울 전역으로 확산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8년 6월까지 4000~5000건 수준으로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도 7월 7041건, 8월엔 1만5000건을 넘어섰다.
결국 국토부는 불길을 잡기 위해 또다시 고강도의 8.27대책을 내놨고 발표 전일 박 전 시장은 마스터플랜 보류를 발표했다.
당시 8.2대책으로 집값을 눌러놨지만 여전히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호재에 반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 규제완화로 공급신호…어떤 방향으로 튈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5월4일 기준) 서울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인 곳들은 모두 재건축 단지들이 몰린 곳들이다. ▲송파 0.1% ▲노원 0.09% ▲강남·서초 각각 0.08% ▲양천 0.07% 등이다. 서울의 0.05%를 훌쩍 뛰어 넘는 상승세다. ▷관련기사[집값 톡톡]송파·노원 등 재건축 '들썩'…'오세훈표 해법' 주목(4월10일)
재건축단지들 역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단지의 경우 조합설립 인가 등과 맞물리며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다. 지난 5일 현대 7차 전용 245.2㎡(80평)는 80억원에 신고가를 썼다. 평당 1억원이다.
압구정현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은 아직 자금력이 미치지 못해 평당 1억원이 안되지만 대형 평형은 구현대의 경우 평당 1억원을 이미 넘었고, 신현대도 1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조합설립 이후엔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더 없기 때문에 급매도 없고 가격도 내릴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의도 역시 지난 2018년 이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다가 오 시장 취임에 기대감이 한껏 부푼 분위기다. 특히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71년 준공돼 50년이 넘었다. 서울시 행정절차가 미뤄지고 있는 만큼 여의도에선 재건축에 가장 먼저 시동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크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오시장으로 바뀌면서 집주인들이 물건을 다 거둬들였다"면서 "서울시의회가 (오시장에) 협조를 안한다고 하지만 시의회도 내년 선거 등을 앞두고 버티기 힘들테고, 협조를 안한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지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재건축발 집값 상승이 한동안 잠잠하던 집값을 더 올리는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 시그널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도 이를 의식한 듯 신중한 접근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선거 전 "일주일 내 규제완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후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공급하겠다"고 언급했다. 12일 주택분야와 관련해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스피드 주택공급'을 강조하는 동시에 "가격 상승의 우려가 있는 지역은 방지 대책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완화가 양날의 검으로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집값 수준이 저렴한 수준이 아니어서 더 올라갈 여지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변 일대의 여의도 용산 잠실 압구정이나 70~80년대 준공된 목동 상계동 재건축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정희 (jhw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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