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보다 태양광" 답 뻔한 간척농지 '염해 측정 규정' 논란
공유수면 매립지 태양광설치 규정 '개정 목소리' 높아
염해농지 태양광발전 허용..농촌지역 갖가지 갈등 양산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가을이면 황금빛 벼가 익어가는 멀쩡한 논이 소금 논이라니요. 태양광발전을 위해 우량농지까지 염해농지로 둔갑시키려 하는 것을 볼 때 정부는 농민보다 태양광발전 확대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13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 장동들녘에서 만난 농업인 A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들녘은 과거 바닷물이 드나들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갯벌이었지만 지난 1978년 착공해 1981년 완공된 '영산강 하구언 방조제' 덕분에 이 일대 갯벌 544㏊(164만5600평)는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옥토(논)로 탈바꿈했다.
이 곳 들녘은 '나주 동강 간척지'로도 불린다. 전국 12대 '러브미(米) 브랜드쌀 인증에 이어 전남 10대 우수 브랜드 쌀에 수차례 선정된 '드림생미'가 생산되는 알짜배기 곡창지대로 유명하다.
이처럼 30년 넘게 벼농사 풍작을 이룬 곡창지대인 장동들녘에도 최근 들어 대규모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를 위한 '염해(鹽害·소금기 피해) 측정'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9년 7월부터 염해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최장 20년'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농지법 개정'이 발단이 됐다.
특히 농사 짓기 적합한 우량농지도 '염해 농지'로 쉽게 판정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허술한 '공유수면매립지 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의 설치 등에 관한 규정'은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멀쩡한 논도 소금 논 만드는 '농지 염도 측정·결정 규정' 도마위
농지에 태양광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염해농지' 염도 측정과 판정은 한국농어촌공사가 국가를 대행해 전담하고 있다.
측정 방식과 염도 결정(판정)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지법 개정에 맞춰 지난 2019년 7월1일 고시한 '공유수면매립지 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의 설치 등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 규정을 적용하면 "멀쩡한 논도 소금 논으로 둔갑한다"며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농민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이렇다. 농어촌공사는 염도 측정시 농지 필지별로 1㏊당 표토(0~30㎝) 10개 지점과 심토(30~60㎝) 10개 지점 등 총 20개 지점을 채취해 염도를 측정한다. 분석은 토양시료와 증류수를 '1대5'로 희석하는 방식이다.
여기까지는 다양한 표층의 흙을 채취해 분석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농민들이 지적하는 지점은 '공유수면매립지 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의 설치 등에 관한 규정(9조 1항)'에서 정한 '염도 결정 기준'에 있다.
시장·군수가 특별하게 '표토'를 기준으로 지정하지 않는 한 염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심토'만을 적용해 염도값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출직인 시장·군수의 경우 농지 태양광에 찬성하는 주민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부분 중립을 지키는 경우가 많아 '염도 값 결정 개입 조항'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심토만을 기준으로 한 농도 측정값이 5.5dS/m(데시지멘스퍼미터) 이상이면 염해 농지로 판정되고 최장 20년 간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나주 동강면 장동들녘처럼 그간 아무런 문제없이 벼농사 풍작을 이뤄온 간척농지의 표토에서는 사실상 염해가 나올 수 없다.
30년 넘은 풍년농사를 이룬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 뿌리가 닿지 않는 간척 전 갯벌 층이 나오는 심토를 채취해 염도를 측정하고, 심토 만을 적용해 염도값을 결정하는 방식은 논란의 여지가 클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주 동강면 쌀 전업농 A씨는 "벼 뿌리가 닿지 않아 염해를 일으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심토층을 측정하면 소금기가 나오지 않을 논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이러한 측정 방식은 '염해 농지' 판정을 손쉽게 해서 태양광발전사업을 확대하려는 수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1회에 한정된 조사 시기와 측정 횟수도 농가들 사이에서는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기간과 수확을 마치고 물을 뺀 벼 논의 경우 측정 시기에 따라 염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현장에서 만난 농가들은 대표적으로 벼 작물을 예로 들면서 작물별로 농지 염도 측정 깊이나 방식, 시기, 횟수를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문별한 농지 태양광발전 허용…토지주 vs 임차농 갈등 양산
이미 허용한 염해농지 태양광발전을 비롯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영농병행형 태양광 발전' 허용을 위한 농지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농촌지역 내 토지소유주와 임차농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의 60%가 '임차농'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임차농들은 태양광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에 밀려 농지가 잠식 당할 경우 생계에 막대한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염해농지 측정 바람이 일고 있는 농촌에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론적으로 태양광발전사업이 보다 많은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업체의 제안을 토지소유주들이 쉽게 거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토지소유주들은 임차농으로부터 평당(3.3㎡) 1000원 대의 농지 임대료를 받고 있지만 태양광업자들은 이보다 6배 많은 6000원을 임대료로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지 태양광 잠식은 임차농의 생존권 문제에 이어 쌀 생산량 감소에 따른 식량 안보 위협, 조사료 생산 감소에 따른 축산농가의 사료값 상승으로 인한 축산물 가격 급등 등 연쇄 적인 피해로 이어질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c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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