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삼성전자 호출한 바이든..결국은 '투자' 압박

주성호 기자 2021. 4. 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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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반도체 CEO 서밋'에서 "투자에 경쟁력 달려있다"
"21세기 미국이 다시 이끌 것"..삼성·TSMC에 협력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부족 사태를 논의하는 화상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우리는 21세기에 다시 한번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다."(We’re going to lead the world again. We’re going to lead it again in the 21st century.)

올초 취임 후 3개월여만인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주요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모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의도는 예상대로 '투자'로 모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20세기에 세계를 이끌어갔고 21세기에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도체를 앞세운 차세대 기술 리더십 패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야욕도 드러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데, 결국 민간기업들이 앞장서서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 위한 투자에 서둘러 달라고 압박한 모양새다.

이날 백악관에서 화상 방식으로 열린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는 인프라"라면서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면서 "20세기에 그러했듯이 21세기에도 미국이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부족 사태를 논의하는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반도체 CEO 서밋'이란 주제로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상무부의 지나 레이몬도 장관도 동석했다.

회의에는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구글, HP, AT&T 등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과 인텔,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 등의 반도체 업체 CEO들도 참석했다.

해외 기업 중에서는 세계 파운드리 업계 1~2위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도 동참했다. 삼성전자에선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화상회의 참가자로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참가한 19개 CEO들이 간략하게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와 관련해 한마디씩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를 대표해 참석한 최 사장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체로 이날 회의는 19개 참가 기업들이 각자 의견을 개진하고 백악관이 청취하는 수준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회의가 어떤 발표나 결정을 끌어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그러나 예상을 깨고 막판 참가를 결정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이번 회의가 큰틀에서 어떤 성격이었는지를 추정해볼 수는 있다. 실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미국의 공급망 복원을 필두로 투자, 인프라 등의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했다.

다시 말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에 빼앗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미국 중심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반도체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인텔, 마이크론 등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 투자를 통해 공장을 지어야만 가능하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도 최근 5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 계획안을 공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제안한 계획은 수백만개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을 재건해 미국 제조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속내는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 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19개 기업 CEO들을 향해 "우리의 경쟁력은 여러분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에 달려있다"면서 직설적으로 협력할 것을 압박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업계에선 해외 반도체 기업, 특히 파운드리 시장을 대표해 참석한 TSMC와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TSMC는 올초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결정한 상태라 삼성전자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국내외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말부터 미국에서 파운드리 신규 투자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텍사스주 한파로 파운드리 공장이 가동중단되는 등의 여파까지 겹쳐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국내 투자와 달리 해외 투자의 경우엔 지정학적 이해관계까지 얽혀있어 고민해야 할 것이 많은 데다가, 올초 이재용 부회장 재구속 등으로 삼성전자의 최고 경영진 간 의사결정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현재까지도 20년 이상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을 비롯해 일부 지역을 신규 투자 예정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이번 백악관 회의를 토대로 삼성전자의 최종 결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신규 투자 규모는 150억달러에서 2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자신의 임기동안 미국에 신규 투자를 해준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생산시설이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항공 모습. (삼성전자 제공)/뉴스1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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