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1년 토론회.. 친정권 인사들의 자화자찬 잔치

박국희 기자 2021. 4. 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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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31일 MBC가 채널A 기자의 '검언 유착'이라며 한동훈 검사장 관련 첫 보도를 하던 뉴스 화면. 작년 8월 5일 서울중앙지검은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를 구속 기소하며 정작 공소장에 '검언 유착' 상대방이라는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를 적시하지 않아 '검언 유착'이 사실이 아님을 자인했다./MBC

지난 12일 친정부 성향 언론 단체 민주시민언론연합은 ‘채널A 검언유착 사건 1년을 돌아보다’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작년 3월 31일 MBC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기 위해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했다는 ‘검언 유착’ 보도를 했다.

보도 1주년은 4·7 재보궐 선거 이전이었지만, 이날 유튜브로 생중계된 토론회는 선거가 끝난 뒤 보도 1주년이 10여일 지난 시점에서 진행됐다. 토론은 민주당 전 최고위원과 MBC 및 참여연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변호사와 열린민주당 관계자 등 친정부 성향 인사들과 이를 시청하는 친문 정권 지지자들끼리 모여 반론 없는 그들만의 자화자찬 형식으로 진행됐다.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정작 ‘검언 유착’을 MBC에 제보하고도 채널A 기자 재판에 끝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사기 전과자 ‘제보자X’ 지현진씨는 이날 토론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MBC 기자 “동아일보, 삼성에 창간 100주년 백지수표 요구”

토론 발제에 나선 MBC 장인수 기자는 작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하루 앞둔 3월 31일 자신이 채널A 기자의 ‘검언 유착’ 첫 보도를 했다며 방송이 나가고 모 기업 관계자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찬조금으로 (해당 기업에) 20~30억을 요구했다. 동아일보가 대한민국 모든 대기업 재벌들에게 20~30억, 삼성에는 백지 수표를 달라고 했다고 하고, 두산이 어려운데 두산에는 7억을 내라고 했다고 한다”며 “(MBC 검언유착 보도) 덕분에 (동아일보가) 달라는 걸 많이 깎을 수 있었다 하더라”고 주장했다.

MBC가 '검언유착'이라고 보도한 채널A 사건에는 많은 거짓과 조작이 점철돼 있다./조선일보DB

그는 검찰의 조작 사건에는 가족이 등장한다면서, 화교 출신 탈북민인 유우성 서울시청 공무원의 간첩 조작 의혹 사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에서 검찰이 가족을 협박해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던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노모를 검찰이 찾아가서 한만호씨가 검찰 조사에 협조했다는 식이다. 한만호씨의 진술 번복과 상관 없이 대법관 13명이 만장일치로 인정한 한 전 총리가 받은 억대의 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MBC 기자는 “이동재 기자도 마찬가지다. (이철 전 VIK 대표의) 가족을 언급한다”며 “검찰의 방법을 어깨 너머로 배웠거나, 유착했다면 검찰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거나 둘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됐든 검사가 됐든 기자가 됐든 가족을 건드린다”고 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을 수사하던 정 차장검사는 작년 7월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작년 2월 이동재 전 기자가 금융사기 혐의로 수감 중이었던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여권 로비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신라젠 사건 관련 편지를 보낸 것을 언급하며 “이동재 기자가 사안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취재력이 뛰어나든지 또 다른 뭔가가 있는 것 아닌지”라고 했다. 하지만 작년 초 이동재 전 기자가 구치소로 편지를 보내기 전 이미 일부 언론들은 신라젠 로비 의혹 보도를 했었고, 이 전 기자가 편지에 썼던 신라젠 관련 내용은 당시 검찰 출입기자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다.

MBC 기자는 “이 사건 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법조에 출입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며 “짜증이 났다. 검언유착 사건을 받아주는 언론은 전무했고 조중동은 예상했지만 한겨레, 경향 등(까지) 검찰에 출입기자를 내보내는 언론사는 정말 ‘한동훈을 사랑하는구나’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됐다”고 했다. 당시 MBC의 검언유착 보도를 다른 언론사들이 그대로 받아써주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법조 출입 언론사들이 대부분 한동훈 검사장을 좋아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해당 MBC 기자는 검찰 출입 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로 구속기소된 전 채널A기자 이동재씨가 지난 2월 3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뉴시스

MBC 기자는 “이동재 기자가 한 얘기 중 ‘검찰에 협조하지 않으면 더 죽어요’ 라는 말이 있다”며 이철 전 VIK 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검찰의 ‘보복 수사’로 기소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전 기자의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됐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법조계 비판이 나온다. 이철 전 대표는 추가 금융사기 범죄나 MBC가 오보를 낸 최경환 전 부총리의 65억 신라젠 투자 의혹 관련 허위사실 제보 혐의 등으로, 최강욱 의원 역시 채널A 사건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명백한 범죄 혐의를 토대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MBC 적폐청산·사법농단 보도도 ‘검언 유착’?

법조계에서는 MBC 기자의 주장대로라면 문재인 정권 초기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등을 대상으로 한 적폐청산 및 사법농단 검찰 수사 당시 관련 보도를 했던 MBC 검찰 출입기자들 역시 검언 유착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한동훈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해당 수사를 지휘했고, 정권에 유리한 사건의 특성상 친정권 성향의 MBC가 특종 보도를 다수 했는데 같은 논리라면 이 역시 한 검사장과의 유착 의혹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지휘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추 장관은 작년 7월 8일 오전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윤 총장에게 9일 오전 10시까지 최종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전날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 데 이어 신속한 결단을 재차 주문한 것이다.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사실상 전면 수용했다.

실제 문재인 정권 초기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출국금지 의혹 관련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한겨레신문, JTBC, KBS 등 특정 언론사 기자들에게만 정권 입맛에 맞는 정보를 가공해 건네주면서 결과적으로 오보를 초래했다는 의혹이 최근 검찰 수사를 전후해 제기되고 있다. 2019년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당시 한겨레신문 1면에 보도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별장 접대를 받았다는 오보나, 국민의힘 총선 후보로 출마했던 윤갑근 전 고검장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골프를 같이 치는 등 친분이 있었다는 JTBC 오보 모두 이 검사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법무부가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전에 인터넷에 먼저 출금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JTBC 오보에 대해서 법원은 최근 JTBC가 윤 전 고검장에게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윤 전 고검장과 윤중천씨 유착 의혹 관련 오보를 보도한 해당 기자들은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MBC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보도 역시 모두 검언유착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언유착' 허위발언 유시민·최강욱, 사과하거나 재판 신세

오히려 지난 1년간 채널A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무리하게 엮으려는 과정에 개입한 여권 인사들이 공개 사과하거나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거짓이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하라”는 등 채널A 기자가 하지도 않은 허위 발언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검언유착’ 상대방인 한동훈 검사장이 자신과 노무현재단 계좌를 사찰했다는 주장을 펴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이 잘못 알았다며 올초 1년만에 뒤늦은 공개 사과를 했다. KBS 역시 작년 7월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가 확인됐다는 오보를 낸 뒤 하루만에 사과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9년 12월 24일 진행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라이브 12화’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뒷조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같은 주장을 반복해오던 유 이사장은 올해 초 관련 주장에 대해 제대로 사실 관계를 거치지 않았다며 공개 사과했다./유튜브

한 검사장에 대해 ‘육탄 압수수색’을 했던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 받는 신세다. 정진웅 검사는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끝내 적지 못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역시 한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했다. MBC 검언유착 제보자인 지현진씨는 재판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결국 채널A 기자 재판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친정권 성향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 기자조차 “제보자X는 끝까지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러한 모습이 권언유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MBC 제보자 지씨가 법정에서까지 거짓말을 할 경우 위증죄로 처벌될 것을 우려해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이에 대한 결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작년 말부터 수개월째 이를 거부하고 있다.

◇친문 네티즌들 “‘조국 옹호 변호사'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발언들도 많이 나왔다. 20년 전 검찰에서 1년간 재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펴낸 이연주 변호사는 이날 검찰 출신으로서 토론회에 참여해 검찰 수사 행태를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대표적인 조국 전 장관 옹호 인사로 추미애 전 장관이 작년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그의 저서를 국회 언론 카메라 앞에서 꺼내 읽기도 했다.

사회자가 “검사 하면서 수사를 해봤을 텐데 채널A 사건이 수사하기 힘든 사건이냐”고 묻자 이 변호사는 “검찰이 진실을 드러내기 싫을 땐 수사를 안 하면 된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은) 한동훈 검사장이 이동재에게 수사 하청을 준 거다. 한동훈 검사장이 머리를 쓴 거다. 이동재가 언론에 띄우고 그 다음에 검찰이 (유시민을) 수사하면 되는 거다. 너무 머리를 잘 쓴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를 시청하던 정권 지지자들은 “이연주 변호사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 시켜야 한다”는 류의 댓글들을 달았다.

작년 7월 19일 KBS는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날 방송한 것은 오보였다며 보도 하루만에 사과했다/KBS

반면 이 전 기자 측 주진우 변호사는 토론회가 끝난 뒤 입장문을 내고 “마치 이동재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 공모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발언하였으나, 이연주 변호사는 사건 관계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사건 내용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허위사실에 기초한 명예훼손성’ 발언을 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음에도 검찰 내부와의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이동재 기자의 단독행위로 기소하였고, 이동재 기자는 자신의 혐의에 대하여도 무죄를 극력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 출신이기 이전에 변호사로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이동재 개인의 인권’을 무시한 채 공개된 자리에서 본인의 생각을 마음대로 발언한 것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검사장 역시 이 변호사의 발언 내용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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