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전쟁, 한국은 두려워할 필요 없다[더 머니이스트-Dr. J's China Insight]

2021. 4. 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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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방세계에서는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합니다. 이런 '산업의 쌀'을 '인체의 심장'으로 격상시킨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입니다. 2018년 4월26일 시진핑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이기도 한 우한을 방문해 중국반도체기업인 우한신신(XMC)을 시찰하고 나서 반도체는 '인체의 심장'과 같다며 "심장과 같이 중요한 반도체 영역에서 중국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2019년을 '중국반도체산업 국산화의 원년'으로 삼고 대대적인 반도체산업 육성을 시작했습니다. 기술국산화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상황은 어떨까요?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은 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IC 인사이트(Insight)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 16%선이고 2025년에가도 19%선에 그칠 전망입니다.

 심장을 담보잡힌 중국, 모기에게 물렸다고 허세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기업에 대한 기술제재와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일 중국의 슈퍼컴퓨터관련 칩을 만드는 톈진 파이시움(Phytium·飛騰) 을 비롯한 7개기업과 연구소를 기술수출 금지대상기업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케이던스’ 등 미 업체의 설계 소프트웨어를 쓰고 생산은 대만 업체 TSMC에 위탁하는 이 회사가 중국군 산하 ‘중국공기동력연구개발센터’(CARDC)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이용된 반도체 칩을 공급해 줬기 때문입니다.

/ 자료=IC Insight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이런 첨단반도체기술의 원천적 수출봉쇄에 대해 "고작 모기에 물렸을 뿐"이라며 허풍을 떨었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우려한 미국의 반도체원천기술 봉쇄와 백악관에서 전세계주요 반도체회사들을 소집해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을 통해 중국을 기술봉쇄 하려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를 숨길 수는 없어 보입니다.
 
지금 전세계자동차회사들이 공장가동을 중지하고 있습니다. 노사분규가 아니라 반도체공급부족 때문이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사가 안될 것을 우려한 자동차용 반도체회사들이 생산라인을 전환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개인 이동이 늘고, 코로나19이후 자동차구매를 각국이 내수부양책으로 쓰는 바람에 자동차판매가 예상외로 고성장을 했다는 겁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라지만…"반도체는 없다"

자동차의 전자화는 이미 대세이고 반도체 없이 자동차가 굴러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었지만, 요즘 어지간한 기기에 반도체 안 들어간 제품이 없습니다. 마치 전기제품에 구리가 필수듯이 이젠 전자화되는 모든 기기에 반도체는 필수품인 겁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반도체 수급상황은 어떨까요? 2020년 4356억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은 3500억달러(약 393조원) 어치의 반도체를 수입했습니다. 세계시장의 80%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는 전세계 노트북, 핸드폰, 디지털TV의 60~90%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에 중국의 수입비중은 50%였는데 13년만에 30%포인트나 높아진 것입니다.

과거 최대 수입 품목이었던 석유수입은 2043억달러(약 230조원)에 그쳐 반도체 수입이 석유수입보다 1458억달러(약 164조원)나 많습니다.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가 5350억 달러(약 601조원) 수준인데 만약 반도체를 국산화 한다면 중국의 무역흑자는 8350억 달러(약 939조원)에 이를 것입니다.


2020년 SI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최대의 반도체소비시장이지만 중국기업의 세계비중은 대략 5%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국가별 비중을 보면 미국이 47%, 한국이 20%, 일본과 유럽이 각각 10%, 대만이 7%입니다. 이렇다 보니 전기차시대, 자율주행차 시대, 인공지능시대, 4차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하지만 중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첨단기술의 핵심부품인 반도체를 서방세계에 의존하다 보니 겉으로는 큰소리 펑펑 치지만 미국의 반도체 기술봉쇄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1 ,2기 국가반도체펀드를 만들어 3428억위안(약 59조원)의 자금을 투자했지만 서방세계의 기술수준과는 아직 먼 거리에 뒤쳐져 있습니다. 중국은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28nm의 반도체제조기술을 가진 기업이면 10년간 25%의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서방세계에 비해 3~4단계 뒤져 있는 상황입니다. 반도체기술로 치자면 한국과 대만 미국은 5nm, 7nm의 미세가공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14nm를 겨우 상용화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반도체를 만들려면 반도체장비도 있어야 합니다. 중국의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공정분야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10~20%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첨단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EUV(극자외선) 노광기 같은 경우는 국산화를 시작했지만 기술이 아주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의 중심에 선 반도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이제 무역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년이상 중국과 무역전쟁을 했지만 2019년 단 한해 만 중국의 무역흑자가 263억달러(약 29조원) 줄어들었을 뿐입니다. 2020년에는 다시 209억달러(약 23조원) 증가했습니다. 중국의 제조업은 미국대비 170%대 수준이고 수출은 150% 수준입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무역전쟁에서는 이미 미국이 중국을 좌초 시키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 미국은 기술봉쇄를 강하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최대 IT기업인 화웨이와 최대 반도체업체인 SMIC에 대한 반도체와 반도체장비 그리고 반도체기술 수출금지조치를 실시하고 최근에는 슈퍼컴퓨터 등 첨단기술업체에 대한 기술수출 금지조치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강한 무역에서 전쟁은 이제 접어두고, 미국이 강한 기술전쟁에서 선전포고를 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생산에만 강한 중국의 치명적 아킬레스건인 반도체를 정확히 겨눠 조준사격을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3차산업혁명까지는 “후발자 이익”을 극대화해 제조업과 정보산업에서 세계최대의 생산력으로 제조업에서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되었지만 미,중의 진검 승부는 4차산업혁명에서 결판날 것입니다.

세계반도체시장의 제품별 구성/ 자료=WSTS&SIA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기술에서 반도체 없이는 죽도 밥도 안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것이 빅데이타,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5G(세대)든 뭐든 간에 말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전통제조업에서 강대국(强大國)'일뿐 반도체개발과 생산에서는 치명적인 '반도체 약소국(弱小國)'입니다.

미국은 ROE(자기자본이익률) 중시경영과 주주이익 극대화를 너무나도 신봉한 나머지 스마일 커브(smile curve)곡선을 너무 좋아합니다. 연구개발과 유통만 미국이 하고 생산은 중국과 아시아에 맡기는 바람에 ROE는 극대화되었지만 생산기지는 모두 중국과 아시아로 가 버렸습니다. 애플은 단 한대의 아이폰도 미국에서 만들지 않고 중국의 팍스콘에 OEM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15%로, 시장점유율 19%인 삼성에 이은 2위지만 순이익점유율은 60.5%로 판매점유율 1위인 삼성의 32.6%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고수익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세계반도체 판매점유율은 47%지만 공장소재지 기준 세계반도체 생산점유율은 12%에 그치고 있습니다. 35%가 미국 외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중국 IT기업의 반도체 수요는 세계 수요의 34%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50%를 미국반도체업체가 공급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으로 가는 반도체를 수출 중단하면 중국IT기업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합니다. 이전에 세계IT기업중에서 최대의 시총을 자랑하는 애플의 주가가 먼저 폭락할 수 밖에 없고 중국에 매출의 절반이상을 의존하는 세계최대의 스마트폰 AP칩 공급업체인 미국 콸컴 주가도 폭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동맹, 한국은 긴장할 필요 없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에서 한국의 지정학적(地政學的) 중요성은 낮아졌지만 지경학적(地經學的) 중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중심의 제1도련선 중심의 방어전략을 펼 때는 동북쪽 방어선의 최선단에 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전략이 태평양과 인도양 그리고 아프리카로 전선을 넓힌  '일대일로- 해상실크로드 건설 전략'으로 바뀌면서 미국의 포위망도 인도, 호주, 일본을 연결하는 인도-태평양전략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미국의 쿼드 동맹에서 제외를 우려하고 반도체동맹에서 중국에게 보복 당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물론 양대 강대국사이에 낀 한국, 조심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떨거나 두려워할 일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미·중의 반도체전쟁에서 국부를 창출하는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제약산업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동맹전략을 제안했습니다. 미국이 백악관에서 인텔, 구글, 삼성전자, TSMC등과 화상회의를 통해 반도체공급망과 수습문제를 다루는 전략회의를 합니다.지난 4월3일 한중 외교장관회의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뜬금없이 상무부장관이나 정보통신부장관이 할 법한 얘기인 5G, Big Data, AI,반도체, 신에너지 산업에서 한중간 높은 수준의 협력을 들고 나왔습니다. 미국의 기술봉쇄에 봉착한 중국이 첨단산업분야에서 한국에 보낸 러브콜이지요.

기술은 시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좋은 사례가 일본이 반도체와 LCD분야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무기로 한국에 대들었을 때 한국은 시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국산제품 구매와 국산화로 맞서 일본을 바보 만들었습니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시장에서 로직 제품이 27%, 메모리가 27%입니다. 로직 제품없이 전자기기를 못 만들지만 메모리가 없어도 전자기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지금 미,중의 기술전쟁 와중에 미국과 중국이 주변국에 큰소리는 치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반도체산업에서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기술은 있지만 생산과 시장이 없고, 중국은 시장은 있지만 기술이 없습니다. 미, 중의 반도체전쟁에 꽃놀이패를 쥔 한국, 미,중의 동맹과 협력압박에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한국의 메모리시장 세계시장 점유율 70%는 CPU시장에서 독보적인 인텔의 점유율 80%대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한국의 많은 언론과 한국반도체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메모리에 너무 집중되어 문제라고 하지만 그 집중과 편중이 한국의 경쟁력이고 미국과 중국의 약점입니다.

네덜란드의 작은 기업 ASML은 한국의 삼성도, 대만의 TSMC도, 미국의 인텔도, 중국의 SMIC도 고개를 숙이는 회사입니다. 반도체 초미세가공에 필수인 노광기 기술에서 독보적 존재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의 메모리반도체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미·중의 전쟁에서 한국의 최종병기는 바로 '반도체'입니다. 반도체전쟁,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게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독보적 기술을 계속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도체업계가 지속적으로 애로사항을 얘기하는 인재공급, 인프라 지원, 세제지원은 빨리 할수록 좋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자금, 세제, 인프라에 파격적인 지원으로 나오는 데 한국이 선두를 유지하려면 이는 산업특혜,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의 경쟁력 문제로 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파이 키우기를 못하면 파이 나누기는 의미 없습니다. 지금 세계시장의 70%를 쥐고 흔드는 메모리반도체를 키우고 잘 관리 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는 일이고 반도체의 육성은 미·중의 기술전쟁에서 "한국을 지켜줄 최종병기 활"을 만드는 일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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