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희망, 다시 인문학 봇물..이번엔 'K헤리티지','역병 극복'

2021. 4. 1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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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한복, 한식, 세계유산 온-오프 탐방
랜선 집콕시대 가속화 동력, 첨단기술 동원
가상DMZ여행,조선팝 열기, 궁중음식 체험
7~8년전 열풍보다 다채롭고 즐기는 인문학
아이들 위한 에듀테인먼트,세대공감 인문학도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부(富)의 쏠림과 99%의 좌절, 갑질, 구조적 소시오패스(sociopath)의 증가 등 신자유주의, 방임주의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이어지던 7~8년전 ‘인간답게 사는법 연구’ 즉 인문학 열풍이 일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와 나라 간 이기주의, 절제와 방종 간의 갈등이 전쟁처럼 벌어지는 요즘, 다시 국내에 인문학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문학은 인간사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와 사람 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배움과 익힘을 말한다.

K팝스타 몬스타엑스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 용암동굴군을 정밀 탐사하고 있다.
오프라인 이건한옥, 온라인 실감영상이 결합된 장소에 종가의 식구가 마당을 쓰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바꾼 상설전시, 세대공감형 인문학, ‘한국인의 1년’

작금의 인문학 열기는 랜선,집콕 시대가 부채질했다. 이번엔 주제 ‘K헤리티지’에서 발견하는 인간다운 삶, ‘감염병으로부터의 해방’이 콘텐츠의 중심에 섰다.

새로운 감정정화의 창구로 떠오른 ‘조선 팝’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식 철학 ▷한글의 신비와 미학 리듬감의 재발견 ▷한복의 아름다움과 응용 ▷국내외 유네스코 세계유산 온-오프라인 탐방을 통한 호모사피엔스 면모의 재확인 ▷공공도서관이 펼치는 ‘길 위의 인문학’ ▷DMZ 가상여행 등 가볼수 없는 곳에 대한 탐구와 열망 ▷세대공감형 ‘한국인의 1년’ 등의 주제가 다뤄지고, 여기에 세계 최강 한국 ICT,콘텐츠 기술이 가세해 체감도 높게 다가가고 있다.

‘조선팝’은 10년가량 전, 김준수가 국악계 아이돌이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대중적인 인기을 모으는 예술장르로 부활했다.

▶모험과 탐구의 인문학=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네이버 해피빈 굿액션에서, 게임형 가상여행·평화기원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온라인게임 ‘이름 없는 땅’은 그동안 방문하기 어려웠던 DMZ를 온라인 가상공간으로 구현해 누구나 쉽게 DMZ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이다. ‘DMZ 포털’도 4월 19일 오픈한다. 가상여행을 하면서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복궁. 경회루에서의 공연 모습은 랜선으로 볼수 있다.
유네스코 유산 에티오피아 랄리벨라 암굴 성당. 최근 한국과 에티오피아 간 우정이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 유산, 페루의 마추픽추.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되는 동아시아의 흔적, 유럽보다 1500년 앞선 필리핀-남미 간 태평양 횡단배 ‘콘티키호’의 여정, 육지로 붙어있던 베링해협 교류, 아메리캉 인디언의 동양적 DNA 등도 탐구해볼 만한 주제다.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2021 세계유산 해석과 설명의 이해 온라인 강연 시리즈’가 오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8개월간 매달 한차례씩 개최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국제해석설명센터 설립추진단이 주최하는 이번 온라인 릴레이 강연은 세계유산 설명에 중점을 두어, ‘유산설명: 세계유산의 다양한 가치 전달’을 주제로 매월 1회씩 총 7회의 강연과 1회의 글로벌 특별 좌담이 예정돼 있다.

‘조선의 팝’의 매력도 이어진다. 국립무형유산원은 매달 스타들을 바꿔 ‘너나들이’ 공연을 연중진행한다. 오는 28일 개막공연엔 김준수, 유태평양, 한웅원밴드가 나온다. 5~11월엔 앙상블 시나위, 김덕수, 악단광칠, 상자루, 블랙스트링, 마더바이브, 토리스, 임용주 등이 K팝, 트로트에 이은 조선팝 역주행에 가담한다.

‘너나들이’는 서로 ‘너’, ‘나’ 하고 부르며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를 말하는데, 위계질서가 강했던 우리 전통사회에 이런 글로벌 스탠더드 용어가 있었다는 것도 재발견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봉정사에서 동양적인 여유를 즐기는 서양여행자들

▶국내 세계유산, 한글,한복 우리 고유의 전통 탐구= 한국문화재재단은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유튜브채널을 통해 ▷문화유산 랜선여행 국문 영문 영상 여행 가이드 ▷문화유산 스탬프투어 ▷세계적인 화제가 됐던 소복소복, 뽀롱뽀롱 예쁜 한글의 의미 영문 소개영상 ▷360도VR로 즐기는 ‘강강술래’ ▷한복으로 한국을 알리다 ▷K팝스타 몬스타엑스 문화유산견문록 영문버전 영상 ▷360도VR로 보면 더 실감나는 방문코스 랜선여행 ‘소릿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정부와 재단이 선정한 한국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여행코스는 ▷‘천년 정신의 길’(경주,안동) ▷‘백제 고도의 길’(공주,부여,익산) ▷‘소릿길’(호남) ▷‘설화와 자연의 길’(제주) ▷‘왕가의 길’(수도권 궁능) ▷‘서원의 길’(세계유산) ▷‘수행의 길’(세계유산 ‘한국의 산사’)로 구성된다. 아직은 여행을 장려할 시기가 아니라서 랜선 서비스를 하고, 이 시국에도 기필코 가시겠다면 인문학도 채우고, 거리두가가 자연스러운 이런 곳으로 가시라는 뜻도 있겠다.

한국의 집, 맛의 인문학. 물론 한국의 집은 다양한 전통공연의 수호자이기도 하다.
왕의 치킨 포계. 조선 세종 이도가 유난히도 좋아했다. 그가 막걸리를 곁들였다면, ‘치막’이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시인이자 섬 연구소 소장인 강제윤이 ‘섬의 맛’이라는 주제로 풀어나간 ‘랜선 위의 인문학 렉쳐’를 지난 7일 재단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에 공개했다. 섬여행의 정취와 전복포, 성게찜, 꽃게회, 복어곰국, 피굴, 감성도젓국, 산도랏건민어탕 등 섬맛, 맛있는 해설이 동행한다.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길 위의 인문학’= 문체부와 한국도서관협회는 2021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390개 프로그램과 추진 도서관을 선정했다.

서울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건강한 도시환경 만들기의 미래를 제시해보고, 부산 다대도서관, 고양 대화도서관 등은 기후위기, 환경문제를 흥미롭게 풀어본다.

대전 산성도서관,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등은 예술 과학기술 미디어 등의 주제로 감정을 정화하고 청소년 진로 탐색을 돕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베트남 하롱베이. 유네스코아태무형센터가 아태 유산을 소개하는 채널을 만들었다.

한국에 있는 유네스코아태무형센터는 아시아태평양 각국의 무형유산을 한꺼번에 감상하고, 세계 유산 1000여 종목을 해설하는 ‘ichLinks’ 무형유산 정보 채널사이트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아태센터는 오는 5월 중으로 ‘ichLinks’를 국제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온라인 화상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문화재청과 익산시, 마한백제문화재연구소는 오금산 정상의 익산토성(별칭 五金산성, 보덕성) 산책과 함께 역사이야기를 편안하게 즐길수 있도록 탐방로와 조망 등을 새롭게 단장했다. 이곳은 무왕이 사가에서 어렵게 살던시절 마를 캐던 중 다섯 냥의 금을 얻어, 왕실의 주류로 진출하는 마중물로 삼은 곳이다.

▶맛 속에 깃든 철학, 스토리= 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전통 복합문화공간 한국의집(서울시 중구)은 최근 세종 이도가 사랑한 치킨 포계와 조선 금수저들의 인기음식 전립투(모자 닯은 조리그릇)요리, 봄날 귀족들의 건강식 골동반을 선보였다. 학예사급 스태프들이 친절한 해설을 곁들인다.

지난 4월1일엔 잠실 롯데월드몰점에 최초로 외부매장 1호점을 개관했다. 정통 궁중음식, 조선팝의 계승자인 한국의집 본점과 외부1호점에서, 철학과 건강과학이 깃든 우리음식 메인디시 외에도 효종갱, 고종 가배를 스토리와 함께 즐긴다. 효종갱은 효종 임금이 좋아한 단 과자라는 뜻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새벽종이 칠 무렵 속을 달래는 국(曉鐘羹)이다. 고종가배는 고종이 서양 외교관과 함께 즐기던 커피다.

궁능유적본부는 온라인채널 ‘카카오 갤러리’를 통해,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 특별전을 진행중이다. 외세가 유입되던 시절, 한식으로 식단을 짜고, 미국선교사 가족들의 조언을 얻어, 열구자탕, 골동면, 수어증, 편육, 전유어, 전복초, 화양적, 후병, 약식, 숙실과, 홍시, 정과 등 17종을 외교사절에게 대접했다는데, 그 면면을 자세히 볼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11월 말까지 매주 월-목요일 마다 온라인 ‘왕실태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태를 씻어 항아리에 보관하는 ‘안태문화’, 아빠의 태교도 강조한 ‘태교신기’, 태교용 인문도서와 시 등을 전한다 매월 교육 시작 전월에 홈페이지로 사전 접수 한다.

우리의 5대 고궁은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영상 촬영, K드라마 배경 등을 통해 지구촌 이웃들의 버킷리스트로 급부상했다.

▶아이들, 세대공감 인문학= 고궁박물관은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해 ‘박물관에 놀러온 공주님 왕자님’, ‘교과서 속 왕실유물 탐구’, ‘왕실그림 속 전문인을 찾아라’, ‘왕실 의례 속으로 고고고’, ‘박물관 속 동물들’ 등 청소년 K헤리지티 에듀테인먼트를 운영키로하고 신청을 받고 있다.

세종대왕유적관리소는 경기도 농촌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훈민정음의 창제원리 교육과 나만의 훈민정음책을 직접 만드는 세종어린이집현전 교육을 대면-비대면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4월부터 8월까지 10차례 운영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코로나 시대에 빅데이터 키워드로 떠오른‘자연’이라는 주제를 정해, 해・달・별・바다・바람 등과 연계한 온라인 민속 강연 ‘박물관 민속학 교실’을 오는 27일부터 유튜브 공개한다. 또 ‘전시실 유물, 내 손으로 만들기-색실누비 쌈지 만들기’온라인 교육은 오는 29일부터 6주간, 매주 목요일에 진행한다.

민속박물관은 아울러, 상설전시를 ‘한국인의 1년’으로 개편하고, 첨단기술, 감춰진 민속자료를 대거 공개해 우리의 4계절 민속을 한눈에 보여준다. 유물 중에선 ▷삼짓날 몸을 씻어 액운을 쫓는 풍속화 수계도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달력 ‘경진년대통력’ ▷우리나라 최초의 주화 ‘건원중보’ ▷소(牛) 쌍끌이로 밭을 생기있게 바꾸는 ‘겨리쟁기’ ▷방한 외국인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의 정월풍경 작품 ▷영등굿 띠배 등이 공개되고, 마당의 낙엽을 쓸고있는 종손의 모습 등이 실감영상, 3D 맵핑 등 첨단기술로 구현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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