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서울서 노후 아파트, 신축보다 2배 가량 오른 이유
올해 들어 재건축 단지 등 노후 아파트값이 신축 아파트값보다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 이후 강화된 '실거주 2년' 의무를 피하고자 재건축을 서두르는 단지가 늘어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통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들어 지난주까지 누적 기준 1.2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가 0.70% 오른 것과 비교하면 1.8배 높은 수준이다.
서울 5개 권역별로 보면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1.60%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동북권 1.19%, 서남권 1.17%, 서북권 0.95%, 도심권 0.91% 등의 순이었다.
통상 신축 아파트값이 더 큰 폭으로 오르고 노후 아파트값은 덜 오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앞둔 노후 아파트는 곧 새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만한 호재가 생기면 가격이 껑충 뛰는 특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단 지난해 신축 아파트값이 이미 많이 올랐고, 상대적으로 구축 아파트값이 덜 올라 올들어 가격이 키 맞추기 한 측면이 있다"면서 "압구정 등 재건축 단지의 사업 추진 기대감이 커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에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 구입하면 입주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에 압구정동 등의 재건축 단지들은 이 규제를 피하고자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조합설립을 마치려 절차를 밟아왔고, 사업 추진이 가시화하자 매수세가 몰리며 집값도 함께 뛰었다.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은 해당 지역 전체의 집값 상승도 견인했다.
올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주간 누적 기준 1.05% 올랐다.
구별로는 송파구가 1.64%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1.33%), 마포구(1.32%), 서초구(1.30%), 양천구(1.29%), 노원구(1.25%) 등이 상승률 1∼6위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모두 재건축 '호재'가 있는 지역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올해 준공 44년째를 맞았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2.51㎡는 지난달 5일 26억8천100만원(8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1월 23억원(3층)보다 4억원 가깝게 올랐다.
강남구에서는 조합설립 인가를 앞둔 압구정3구역 현대2차(1976년 준공) 전용 198.41㎡가 지난달 5일 63억원(7층)에 신고가로 매매되며 작년 11월 52억원(14층)보다 11억원이 뛰었다.
1973년 준공해 재건축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06.25㎡의 경우 작년 12월 37억원(5층)에서 지난달 11일 45억원(2층)으로 3개월 사이 7억원이 올랐고, 지난해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6단지 95.03㎡는 작년 12월 19억원(2층)에서 올해 2월 21억8천만원(!2층)으로 값이 올랐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에서도 지은 지 21년 된 월계동 현대아파트 59.95㎡가 작년 12월 6억7천만원(11층)에서 이달 2일 7억4천700만원(6층)에 거래돼 역대 최고 가격에 매매됐다.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보궐선거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시장이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되자 고무된 분위기다.
아직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들이는 등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오 시장이 후보 시절 공언대로 재건축 규제를 최대한 푼다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일 우려도 있다.
박원갑 위원은 "과도한 재건축 기대감으로 시장이 과열되면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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