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역사부정 실체]⑤ 日 자민당, 독일에 "소녀상은 일본 존엄성 일방적 침해"
2020년 9월 28일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의 주택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독일 공공장소에 세워진 첫 소녀상으로, 베를린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제막식에 참석해 소녀상 건립을 축하했다.
하지만 설치 9일 만인 10월 7일 관할 미테구청은 결정을 번복해 소녀상을 1주일 안에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구청은 갑작스런 철거 명령 사유에 대해 "보편적인 전쟁 피해 여성 문제가 아닌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는 것은 공공장소를 도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녀상 설치부터 철거 명령까지 9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 일본 정부가 이미 답을 줬다. 소녀상 설치 다음날인 9월 29일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철거를 위해 여러 관계자와 접촉하겠다"고 정례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후 일본 측의 전방위적인 철거 작전이 시행됐다. 먼저 고위급에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다.
주독 일본대사관은 베를린 시정부와 미테구청에 잇따라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하며 철거를 요구했다.
베를린은 도쿄와 자매결연 도시 협정을 맺었고, 미테구는 도쿄 신주쿠의 자매구인데, 일본 지자체가 자매결연을 끊을 수도 있다며 독일 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소녀상을 지키자는 현지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와 온라인 청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이 이어졌고, 다행히도 설치 1년이 되는 올해 9월까지는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KBS는 당시 일본 측이 어떠한 입장과 주장으로 소녀상 철거 결정에 영향을 줬는지를 알 수 있는 서신들을 입수해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한다.
■ 일본 집권여당 의원 82명 집단 서한 "일본 존엄성 일방적 침해"
위 편지는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 의원 82명(중의원 64명, 참의원18명)이 연명으로 슈테판 폰 다셀 베를린 미테구청장과 프랑크 베르터만 미테구의회 의장 앞으로 보낸 것이다. 미테구 의원 전원이 이 서한을 전달받았다.
편지를 보낸 시점은 2020년 11월 18일. 시민단체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으로 소녀상 철거 절차가 일시 중단된 시점이어서 일본으로선 완전한 철거가 이뤄지도록 목소리를 더욱 키울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의원들은 편지에서 "소녀상은 예술작품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사이의 매우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소녀상은 전쟁 중 성폭력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의 표현이 아니라, 단지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일본의 존엄성을 일방적으로 침해한다"는 것이다. 당초 미테구청이 철거명령을 내리면서 대외적으로 밝힌 사유와 유사하다.
자민당 의원들은 또 "베를린 미테구가 반일 활동을 펼치고 있는 쪽에 편승한다는 인상이 생길 수 있다",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을 경우 독일 전체가 코리아협의회(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시민단체) 편이라는 인식이 일본에서 정착될 것"이라며 편가르기를 시도한다.
이어 소녀상이 "독일 우호관계를 크게 해칠 것"이라는 문구를 반복한 뒤 "독일 협력관계가 좌절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우리는 이러한 점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압박한다.
일본 의원들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베를린의 도시 이미지도 짐짓 우려한다.
"소녀상 건립은 베를린의 다문화적 사회 공존에도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소녀상의 존재는 베를린의 다양한 주민들의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베를린을 갈등의 장소로 만들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편지는 마무리된다.
■ 미테구의회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민족주의 프레임' 실패
하지만 자민당 의원들의 집단 항의서한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베를린 미테구의회는 12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을 제안한 구의원은 의안 설명에서, 전쟁 성폭력은 일회적인 사안이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로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평화의 소녀상은 바로 그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자민당 의원들이 소녀상을 예술작품이 아니라 한일 간 민감한 정치사안으로 부각시킨 것은 독일의 뼈아픈 현대사를 고려한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로 분석된다.
독일은 2차대전 동안 유대인 대학살을 비롯해 인접 국가에 심대한 고통을 끼친 나치의 비뚤어진 민족주의를 절대적으로 배격한다.
일본은 민족주의에 알레르기적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독일의 정서를 이용해 위안부 문제를 반일 민족주의 프레임으로 몰아갔고, 한일 간 분쟁사안으로 덧입혀 독일이 부담을 느끼도록 하는 전략을 활용한 셈이다.
유광석 기자 (ksy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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