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그때 그 경기] 2014년을 양분했던 형제팀, 삼성 갤럭시 화이트와 블루

김종민 기자 2021. 4.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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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김종민 기자] 지난 10일 2021 LCK 스프링 우승자가 담원 기아가 되면서, 2020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데 이어 다시금 자신들이 국내 최강팀임을 공고히 했다.

담원 기아는 스프링 시즌 성적에서도 큰 격차의 1위를 자랑하며, 아직은 세계에 라이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표하는 듯했다. 인터뷰에서는 어느 팀을 만나도 '라이브러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사진=담원 기아 SNS 캡처

팀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라이벌의 존재는 시청자로서는 큰 재미 요소다. 특히,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팀이 맞붙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더욱 그렇다.

담원 기아가 LCK의 세대교체를 대표하듯, 과거에도 새로운 개념과 스타일로 무장해 기존 세대를 교체하며 군림했던 두 라이벌 팀이 있었다. 삼성 갤럭시 화이트(삼성 화이트)와 삼성 갤럭시 블루(삼성 블루)다.

2014년 LoL 판을 양분했던 두 팀의 경기로 돌아가 보자.

■ 초신성들의 등장, 2세대의 시작

많은 LoL 팬들은 프로스트-블레이즈로 대표되는 1세대를 지나 SKT T1 K의 등장부터를 새로운 세대의 시작으로 꼽는다. 2012년부터 그 흐름이 시작돼 2013-14년에는 새로운 팀,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로 등장했다.

삼성 갤럭시 형제팀의 전신인 MVP도 그중 하나였다. 삼성 갤럭시 화이트가 되는 MVP 오존은 '옴므' 윤성영을 중심으로 임프-마타-다데가 팀원이었으며  2013 LoL 챔피언십(롤드컵)에도 진출했던 팀이었다. 다만, 해외 팀을 상대로 다소 준비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조별리그 탈락의 쓴 잔을 들이키게 된다.

MVP 오존, 사진=OGN 유튜브 캡처

그렇지만 LCK 영어 해설자였던 몬테 크리스토는 "마타의 와드에 기반한 운영이 북미-유럽팀 등을 압도할 것"이라며 이미 이 팀의 운영 방식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 말은 2013년에는 실현되지 않았으나, 2014년에는 루퍼-댄디-폰-임프-마타의 멤버가 이를 현실로 만든다.

삼성 갤럭시 블루(MVP 블루)는 2012-13년에 MVP 블루에서 뛰던 선수들이 나가고 리빌딩됐는데, 13년에는 이지훈 선수가 속하기도 했다.

이후 MVP 오존에서 '다데' 배어진 선수를 영입해 에이콘-다데-스피릿-데프트-하트 라인업이 완성된다. 삼성 블루는 2014년 LCK 스프링 4강에서 형제팀 화이트를 잡아내며 주목을 받는다. 기세를 몰아 스프링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형제팀이 모두 강팀임을 국내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삼성 갤럭시 블루, 사진=OGN 영상 캡처

두 팀은 '운영'의 화이트와 '한타'의 블루로 불렸다. 화이트는 '댄디' 최인규와 '마타' 조세형, 정글-서포터 중심으로 스노우 볼을 철저히 굴려 승리하는 팀이었고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라인전의 루퍼 '장형석', '폰' 허원석과 캐리력을 담당하는 '임프' 구승빈이 있었다. 

블루는 다데와 '데프트' 김혁규의 딜링을 바탕으로 한 한타 위주의 팀이었다. 여기에 피지컬과 운영 모두 뛰어났던 '스피릿' 이다윤, '에이콘' 최천주와 '하트' 이관형이 든든하게 받치고 있었다.

각 팀의 멤버들은 현재까지도 선수-코치로서 각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LoL의 주요 구성원이니, 당시 기준으로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강팀이자 라이벌이었고 중요한 무대에서는 만날 수밖에 없었다. 

■ '롤드컵 진출 결정전'과 롤드컵 4강에서 만난 형제팀

양팀은 2014년의 주요 무대인 LCK 스프링 4강, LCK 서머 4강, 롤드컵 4강에서 만났다.

LCK 스프링 4강에서는 그래도 전년 롤드컵 진출팀인 화이트의 우세가 점쳐졌고, 블루는 아직 잠재력만 있다는 여론이 다수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 블루 다데의 야스오가 나왔다. 다데는 야스오로 2세트에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고, 4세트에서도 야스오를 꺼내들어 팀의 패-승-승-승 승리를 이끌며 '장군'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다데 야스오의 4대1 더블킬, 사진=OGN 영상 캡처

4강에서 형제팀에 승리한 삼성 블루는 결승에서 나진 화이트 실드를 제압하며 스프링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삼성 화이트는 3위를 수성했다.

2014 LCK 서머 시즌 4강에서도 두 팀이 만났다. 이전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서킷 포인트를 획득해, 이 경기의 승자는 롤드컵 직행권을 따낼 수 있는 상황. 스프링 4강 내전보다도 더 무게감이 있었다.

1세트는 에이콘의 마오카이가 '세계수'의 위엄을 보여주며 블루가 가져온다. 화이트가 특유의 운영으로 유리하게 출발하며 데프트를 말리는데 성공했으나, 바론 사냥을 시도하다가 마오카이의 난입으로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후에도 데프트가 죽고 시작한 한타에서 마오카이가 1대5로 시간을 버는 등 '역대급'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블루가 게임을 뒤집는다. 이 마오카이는 33킬 중 32킬에 관여한 KDA 32의 '초특급'이었다. 이 경기의 여파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는 마오카이가 오르내리기도 했다.

1대5를 들어가는 마오카이, 사진=OGN 영상 캡처

2세트는 다데의 제드를 중심으로 한 스플릿 운영이 화이트를 흔들어 승리를 가져왔고, 3세트에는 임프의 트리스타나, 루퍼의 문도 박사로 화이트가 한 세트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서 폰의 오리아나는 임프의 펜타 킬을 뺏기도 했다.

마지막 4세트는 다시 한 번 에이콘의 마오카이가 활약하고, 다데의 제드가 한타에서까지 활약하며 삼성 블루가 결국 승리한다. 이 경기로 당시 다데의 제드는 공식전 12전 전승을 기록했다. 삼성 블루는 결승전에서 당시 썸데이-루키-카카오가 있던 KT 애로우즈에게 패배했지만 롤드컵 진출은 확정 지었다.

다데의 제드, 사진=OGN 영상 캡처

화이트는 순위 결정전에서 폰과 댄디의 활약으로 SKT T1 K에 압승을 거두며 롤드컵에 합류하게 된다.

주요 무대에서 삼성 블루가 화이트를 상대로 승리하기는 했으나, 롤드컵에서의 양상은 사뭇 달랐다. 삼성 화이트는 '클리어러브' 밍카이가 있는 EDG, '웨스트도어' 류슈웨이가 있던 Ahq가 속한 A조에서 전승을 올리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삼성 블루는 조별 리그에서 5승 1패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다소 데프트에 의존하는 불안한 경기력이 눈에 띄었다. 다데의 '캐리력'이 하락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각자 8강 상대를 제압하고 세계 무대 4강에서 또다시 만난 형제팀. 화이트의 압도적인 운영에 많은 관계자들은 화이트의 승리를 점쳤지만, 또 '삼성 블루라면 모른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간 화이트가 우세로 보이는 매치업에서도, 삼성 블루는 승리를 가져오곤 했기 때문이다.

4강 1세트, 화이트에서 탑 아칼리를 픽했다. 기량이 최고조에 달한 루퍼의 활약과, 렝가-트위치 중심의 운영으로 삼성 화이트에서 1세트를 가져오게 된다.

탑 아칼리의 활약, 사진=OGN 캡처

2세트는 화이트가 포킹 조합을 가져오고, 삼성 블루에서는 탑에 갈리오를 배치해 한타 조합을 꾸렸다. 이때의 갈리오는 궁극기가 광역 도발로, 글로벌 스킬이 없는 챔피언이었다.

초반 인베이드 싸움에서 다데의 라이즈가 킬을 얻으며 이득을 본 삼성 블루. 드래곤까지 얻으며 이득을 이어가지만, 포킹으로 인해 체력 관리에서 손해를 보며 한타에서 패배한다. 이후 삼성 블루의 설계가 루퍼의 순간이동을 중심으로 한 받아치기로 인해 '무리수'가 되면서 게임은 그대로 기울게 된다. 

3경기는 '탈수기 운영'의 상징과도 같은 경기였다. 라인 스왑에서 이득을 보고, 3버프 컨트롤로 시작한 삼성 화이트. 장악된 시야는 탑 카사딘과 미드 피즈의 '잘라 먹기'를 극대화해 삼성 블루의 트위스티드 페이트, 소나는 돌아다닐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결국 카사딘이 트리플 킬, 피즈도 트리플 킬을 기록하며 성장해 게임은 일방적으로 끝나게 된다.

폰의 피즈 트리플 킬, 사진=OGN 영상 캡처

삼성 화이트는 기세를 이어 결승에서 '우지' 젠쯔 하오가 있는 로열 클럽을 3대1로 무너뜨리며 우승컵을 들었다.

당시 삼성 화이트는 시야 장악, 라인 스왑 등으로 대표되는 운영의 완성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지금까지도 LoL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세계 LoL 역사를 바꾼 팀으로 인식된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해 전적이 15승 2패, 모든 선수가 KDA 1~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 블루도 롤드컵 기간에는 화이트보다 임팩트가 약했으나, LCK 스프링 우승과 서머 준우승을 기록한 명실상부 강팀이었다. 결국, 형제팀이 국내와 세계 LoL을 제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2014년이었다.

그렇지만 이들 팀을 이듬해에는 LCK에서 볼 수 없었다.

롤드컵 우승 삼성 화이트, 사진=OGN 영상 캡처

■ 뿔뿔이 흩어진 '삼성 왕조', LPL과 LCK의 라이벌 관계로

당시는 국내 LoL판의 성장세가 너무나 가팔라서였던지, 시스템이나 자본, 계약 체계 등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이후 발생한 계약과 관련된 사건 사고들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른 복합적인 이유로 LPL에 한국 선수들이 진출하며 LCK와 LPL은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됐다.

'왕조'가 빠져나간 LCK의 전력은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딛고, 2015년부터 17년까지 LCK는 '1부리그'임을 세계에 확실시했다. 그렇지만 LCK가 특유의 운영에 얽매여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 꾸준한 투자로 LPL은 2018년과 2019년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다시 LCK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끝내 세대교체를 이뤄냈고, 2020년 롤드컵 최정점에 섰다. 이처럼 과거의 승리 공식을 끊임없이 분석, 파훼하는 과정에서 상향 평준화가 달성된다.

삼성 화이트, 사진=OGN 영상 캡처

그러한 '승리 공식'을 최초로 체계화했던 것이 삼성 화이트였고, 화려한 개인기로 삼성 화이트와 나란히 빛났던 팀이 삼성 블루였다. 

LPL과 LCK는 여전히 다소 다른 색깔의 리그다. 그렇지만 LPL에서는 2014년 이후 꾸준히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 화이트-블루의 사례처럼, 새로운 승리 공식과 함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세계에 그것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LoL e스포츠가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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