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블랙박스]반도체대란·쌍용차 법정관리..부품업체들 패닉

박주연 2021. 4. 1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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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잇달아 공장을 멈춰세우고 있는데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인 쌍용차가 법정관리 수순을 밟으며 부품업체들의 위기도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품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 우려까지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울산1공장과 아산공장을 멈춰세운 상태다.

코나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1공장는 7~14일 휴업한다. 차량용 반도체인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부족이 원인이다. 업계는 일주일간 울산1공장이 휴업할 경우 코나는 6000대, 아이오닉5는 6500대 가량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역시 12~13일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파워 컨트롤 유닛(PCU)' 부족으로 노동조합과 아산공장 가동중단 문제를 논의해왔으며, 12~13일 이틀간 교육을 실시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PCU는 네델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엔비디아가 주로 생산한다.

쌍용차, 기아, 한국지엠 등도 모두 반도체 대란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쌍용차는 반도체 소자 부품수급 차질로 8~16일까지 7영업일간 평택공장을 멈춰세운다. 생산재개일은 오는 19일이다. 경영난이 길어진데다 HAAH오토모티브와의 매각협상 차질로 법정관리가 불가피해지면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더욱 컸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고, 기아도 주말특근을 줄이며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유일하게 반도체대란의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판매부진이 이어지며 생산비 절감을 위해 주야 2교대 근무형태를 지난달부터 주간 1교대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완성차들이 잇달아 생산중단과 감산에 나서면서 부품업체들의 위기도 가중되고 있다. 수만개의 부품을 조립해 만드는 자동차의 특성상 부품 하나만 부족해도 모든 라인이 멈춰서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53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부품업체의 48.1%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차질로 생산 감축 중이라고 답했다. 72%는 수급차질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응답 업체 중 49.1%는 반도체 수급차질 등에 의한 완성차업체들의 생산차질 등으로 운영자금 애로가 심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전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올 1분기 글로벌 자동차 생산이 130만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 4분기까지는 공급 안정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내년 초에야 회복 노력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쌍용차의 법정관리 이슈도 자동차 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이번주 중 쌍용차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일 쌍용차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묻는 의견 조회서를 보낸 데 이어 9일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를 법정관리인 후보로 선정했다.

쌍용차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P플랜은 법원이 기존 빚을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초단기 법정관리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갈등이 적고, 정상화 시일도 빠르다. 하지만 밀린 임직원 급여·부품 협력업체의 납품 대금 등 3700억원 규모의 공익채권을 부담스러워한 HAAH가 답변을 보내지 않으며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면 법원은 쌍용차의 자산과 재무상황 등을 토대로 쌍용차를 존속시킬지, 청산할지를 결정한다. 회생가치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쌍용차가 제출하는 회생계획안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 구조조정 등 회생절차를 밟게 되며, 청산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경우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쌍용차가 파산할 경우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법원이 파산을 결정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후 쌍용차를 매각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HAAH 투자협상 불발 후 3~4곳의 인수희망자가 나타난 것 역시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에 대한 투자의향을 보이고 있다. HAAH 역시 법원이 공개 매각을 진행하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생산설비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따른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생산 중단 사태와 쌍용차 법정관리 문제로 부품업체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쌍용차가 살아남지 못하면 쌍용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사는 물론, 이들 업체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 현대차·기아 등 다른 완성차업체로 파장이 전이될 수 있어 업계의 우려가 깊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유동성 애로를 겪는 부품 업체들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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