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면 기분 좋아져요"..SNS 마약 판매상의 은밀한 유혹

박기주 2021. 4. 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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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흔한' 마약國]②SNS서 마약 관련 은어 검색하면 판매상 '주르륵'
지난해 마약사범 1만2000여명..젊은층서 급증
"인터넷 통한 구매 쉬워져 마약사범 늘어난 듯"

[이데일리 박기주 공지유 기자] “입금하시면 좌표 알려드립니다. 품질 좋아요.”

기자가 직접 마약 판매자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평범한 시민이 마약과 접촉하는 방법, 몇번의 검색과 채팅 몇 마디면 충분했다. 과거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을 자랑처럼 했던 우리나라지만, 이젠 옛말에 불과하게 됐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자 젊은 층의 마약사범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마약에 손을 대는 10대도 급증세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너무 쉽게 마약을 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대마초는 대량으로만 파는데, 사서 주변에 되파세요”

12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마약을 구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대마초와 필로폰 등을 의미하는 은어가 무엇인지 검색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색하자 이를 판매한다는 광고 문구를 쉽게 찾아을 수 있었다.

기자가 광고에서 유도한 텔레그램 ID를 통해 “대마초를 구매하고 싶다”고 묻자 해당 판매상은 “현재 대량밖에 거래가 안 된다. 110그램(g)에 500만원”이라며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주위에 조금씩 나눠주면(되팔면) 비싼 건 아니다”라며 재판매를 부추겼다.

이어 “필로폰도 바로 살 수 있는지, 그건 좀 무섭지 않느냐”는 물음에 판매상은 “소량은 집중력, 행복감이 상승된다”며 투약을 권하기도 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내에 마약의 g당 가격표까지 버젓이 올려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미리 ‘드랍(가져다 놓았다는 의미)’한 후 입금이 확인되면 드랍한 장소를 알려줘 이를 가져가도록 하는 방식의 수법을 주로 쓴다. 이 역시 수사기관의 함정수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실제 또 다른 판매상은 “직거래는 절대 하지 않는다”며 대면 접촉을 꺼렸다.

이러한 방식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일당이 경찰에게 적발되는 일도 많아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20대 A씨와 B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마약 판매 채널을 통해 필로폰을 판매했고,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5년새 50% 급증한 마약사범…인터넷 친숙한 젊은 층에서 폭증

이처럼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손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보니 인터넷과 친숙한 젊은 층에서 마약 사범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사범 검거 인원은 총 1만2209명으로 5년새 약 3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 마약류사범은 1120명에서 2608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 마약 범죄가 늘어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20대 마약사범의 경우 같은 기간 1327명에서 3211명으로 늘어 가장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10대 역시 81명에서 241명으로 세 배 뛰며 청소년도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마약 투약과 관련한 사고는 최근 하나하나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다 체포된 한 남성이 마약 양성 판정을 받았고, 지난달엔 한 현직 소방관이 용산에서 마약을 투약한 후 거리를 배회하다 시민의 신고로 체포됐다.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환각상태에서 난폭운전을 하다 7중 추돌 사고를 낸 운전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합성 대마와 필로폰 등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거 마약거래는 전과자나 폭력조직원들이 아는 사람끼리 뒷골목에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텔레그램 등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도 구하기 쉬워진 것이 (마약 투약 사건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약 치료 전문가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 원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내 진료실을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을 보면 20대 초반, 여성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며 “더 속상한 것은 청소년들이 호기심에서 구글링을 통해 LSD, 엑스터시, 허브 이런 것들을 너무 쉽게 찾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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