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에 재판부 기피 의향 물은 윤종섭.. 김미리는 돌연 병가

이희진 2021. 4. 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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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코드·특혜 인사' 논란 판사들 잇단 돌출 행동
관례 깨고 중앙지법 장기간 유임
'사법농단' 법관 첫 유죄판결한 윤
13일 임종헌 재판 앞서 부적절 질의
조국·靑 선거개입 재판 맡은 김
병가로 13일 최강욱 결심공판 연기
관례를 깨고 서울중앙지법에 장기간 유임돼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특혜 인사’ 논란이 일었던 서울중앙지법 윤종섭·김미리 부장판사가 각각 여권의 관심사인 주요 사건의 재판 준비기일과 결심공판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피고인 측에 재판부 기피 의향을 묻거나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합의36부와 재판부 구성원이 동일한 형사합의32부는 지난달 23일 이 전 실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임 전 차장이 공모 관계임을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아울러 임 전 차장에게 재판부 기피를 신청할 의향이 있는지도 밝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의 입장에서 자신이 다른 판사들과 공모해 범행했다고 이미 인정한 재판부가 자신의 사건을 심리한다는 점에서 재판부 변경을 원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 요청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13일 임 전 차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이와 관련한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자기가 유죄를 선고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적시해놓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기피하고 싶으면 하라는 식으로 먼저 얘기한 것은 전례도 드문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장인 윤종섭(51·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남아 뒷말이 무성했다. 일반적으로 같은 법원에서 3년 동안 근무한 부장판사는 다른 법원으로 옮기는 데 비해 유임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그전까지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서 줄줄이 무죄가 나오는 데 부담을 느낀 김 대법원장이 윤 부장판사를 유임시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김미리 부장판사
김 대법원장이 4년째 유임시켜 역시 논란이 된 김미리(52· 〃) 부장판사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판사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나 신체적 질환이 심각해 재판업무를 보기 힘들 때 병가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김 부장판사 병가를 낸 게 맞다면 최 대표 사건을 비롯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상연)가 맡은 주요 사건의 재판도 기약 없이 연기될 전망이다.

이 재판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 △청와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선고 결과에 따라 여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13일로 예정된 최 대표의 결심공판을 취소하고 추후에 기일을 재지정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2017년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주고 지난해 총선 기간에 ‘실제 인턴 활동을 해서 확인서를 써줬을 뿐 허위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허위사실을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이 이날 최 대표 결심 공판을 연기한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김 부장판사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가 병가를 낸 게 맞다면 안 그래도 오랫동안 제대로 열리지 못한 형사21부 담당 사건들의 재판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 전 장관 사건은 지난해 12월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뒤 멈춰 있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도 1년4개월간의 공전 끝에 다음달 10일 첫 정식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특히 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판을 맡았던 김 부장판사는 본재판을 한 번도 열지 않은 채 재판 준비기일만 1~5개월 간격으로 6차례 열어 재판 지연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두 판사에게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들임은 분명하다”며 “김 대법원장이 인사 공정성 논란을 무릅쓰고 두 판사 유임을 밀어붙였던 것과 무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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