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7개월만의 '천스닥' 안착할까..밸류에이션·공매도 '부담'
"내수회복 조짐 약해..주요 업종 높은 밸류에이션 정당화돼야"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코스닥 지수가 전날(12일) 1000.65포인트(p)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닷컴버블 시절이던 2000년 9월14일(1020.70p) 이후 약 20년7개월 만에 '천스닥'(코스닥 1000p)을 회복한 것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추락했던 글로벌 경기가 백신 접종과 대규모 부양책 등에 힘입어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감 등에 따라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순매수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천스닥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천스닥을 뒷받침할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나아가 천스닥 안착을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등 건강관리업종과 같은 코스닥 주요 업종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부 주가 수준)이 정당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오는 5월3일 대형주 공매도 재개도 코스닥의 주요 업종인 바이오 제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동학개미가 코스닥 상승 견인…코로나19 관련주→뉴딜·2차전지
전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9일) 종가와 비교해 11.26p(1.14%) 오른 1000.65로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이다. 전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62억원, 20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이 홀로 195억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도 411조1000억원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기부양 의지와 경기회복 기대감 등에 따른 개인의 순매수가 그동안 코스닥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은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16조3000억원,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5조3000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각각 9000억원, 3조원 순매도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코로나19 진단·치료·백신개발 등 제약·바이오주가 초강세를 보이며 2020년 저점 이후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면서 "2020년 하반기 이후에는 K-뉴딜정책·2차전지 등 소재 섹터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코스닥150 헬스케어의 지수는 지난해 말 5578.37로, 지난해 저점 대비 158% 상승했다. 코스닥150 소재는 142%, 코스닥150 산업재는 105%, 코스닥150 필수소비재는 103%, 코스닥150 커뮤니케이션서비스는 97% 올랐다. 전날 지수를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코스닥150 필수소비재가 21%, 코스닥150 커뮤니케이션서비스가 13% 올라 다른 업종들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내수회복 조짐 약해…주요 업종 높은 밸류에이션 정당화돼야"
천스닥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지만 이런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지를 놓고는 회의적인 분석들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IT부품, 하드웨어, 제약 등 실적이 좋은 종목들 위주로 매수하는 종목장세로 인해 코스닥 지수가 1000p를 넘었는데, 지속 여부는 다가오고 있는 실적시즌의 흐름에 따라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들의 실적은 1분기(1~3월)가 피크일 가능성이 높다. 2분기(4~6월)부터는 실적 증가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관심이 덜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천스닥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코스닥에 대한 관심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다만 "보통 경기회복 초기 국면에는 대형주 중심으로 코스피가 강했다가 경기회복이 내수로 확산될 때 코스닥이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아직 내수가 회복될 조짐은 많이 약한 것 같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늘고 있고 백신 접종 속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느리기 때문에 코스닥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허 연구원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결국 코스닥이 1000p를 넘어서서 더 상승하려면 건강관리 업종과 같은 코스닥 주요 업종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오는 5월3일부터 대형주 위주로 공매도(空賣渡)가 우선 재개되면 코스닥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는 제약·바이오 등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큰 일부 섹터에는 악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공매도의 영향과 관련해 "코스닥 시장에 있는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워낙 비싸서 공매도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수급적인 부담은 일시적일 것 같다. 주가 하락이 있을 수 있지만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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