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문색' 짙어지는데.. 쇄신카드로 '비문' 택한 文

이도형 2021. 4.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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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정무수석 이철희 유력 검토
차기 지도부에 친문 잇단 출사표
당 안팎 "2선 퇴진론 무색" 지적
文 지지율 33.4% .. 최저치 또 경신
재보선 참패 책임 靑 참모진 물갈이
국민들은 '인적·정책·행태 쇄신' 요구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후임으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난해 ‘추·윤 갈등’ 당시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첫 쇄신 행보로 정무수석 교체 카드를 빼 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무수석 교체를 시작으로 이번 주 청와대 참모진 인선과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을 비롯한 내각 개편 등 대대적인 개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문’(비문재인)계인 이 전 의원을 기용한 것은 청와대의 쇄신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차기 지도부 구성에 친문 인사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최고위원도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기로 하면서 친문 인사들이 전면에 포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의 비문 쇄신카드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근 4·7 재보선 패배에 따른 정국 쇄신 도모를 위해 이 전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기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 수석은 재보선 패배에 따른 부담을 강하게 느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후임으로 사실상 이 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전임 정무수석이던 전병헌·한병도·강기정 전 수석이나 최 수석과 달리 친문계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전 의원은 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아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지지했다. 이 전 의원은 특히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난 직후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되어 버렸다”며 정치를 비판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우리 정치가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 부끄럽고 창피하다”고도 했다.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 전 의원은 또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이 심화하였을 당시에도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사과, 내각 총사퇴, 화합·통합형 인사 등을 주장하는 등 여권 주류와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그동안 문 대통령 주변 친문 인사들이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따라서 이날 문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기용한 것은 이 같은 정치권 안팎의 요구를 일단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국정운영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포함해 곧 있을 내각 개편이 청와대의 국정 운영 변화 여부를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정무수석 외에 김외숙 인사수석의 교체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미 사표를 낸 김영식 법무비서관과 4·7 재보선 책임이 있는 배재정 정무비서관 교체설도 나온다.

다음 달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5선 송영길, 4선의 우원식, 홍영표 의원이 출마한다.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4선 윤호중, 3선의 박완주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홍 의원과 윤 의원은 친문 핵심 인사다. 재보선 참패에 따른 ‘친문 2선 퇴진론’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변화가 어려운 민주당의 구조에서 이 전 의원 임명만으로 얼마나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은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지지자들만 보고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아닌, 국민 전체를 보고 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정기조 변화 없이 인사만… 성난 민심 수습 미봉책 그치나

문재인 대통령이 친문(친문재인) 계열과 거리를 둬 온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내정한 것은 일단 청와대의 쇄신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남은 1년간 국정운영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전 의원의 기용은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분출됐던 ‘인적쇄신·정책쇄신’ 요구에 청와대가 어느 정도 화답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재보선 이후 현실화하는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청와대가 인적쇄신을 서두르는 것에는 악화한 민심과 무관하지 않다. 12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4월 1주차 주간 정례 여론조사(95% 신뢰수준 ±2.0%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3.4%로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62.9%에 달했다. 국정 수행에 대한 긍·부정 평가 차이는 29.5%포인트로, 현 정부 출범 후 최대치였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9.4%로 창당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쇄신을 통한 국정 분위기 일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4·7 재보선 직후 정 총리 교체를 위시한 개각 가능성이 전망됐지만, 후임 물색 난항에 국회 대정부질문이 겹치면서 개각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적쇄신 작업이 지연될수록 효과가 반감되는 만큼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우선 카드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번 주 중반 안에는 단행해야 국민들이 ‘쇄신을 하는구나’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조금 더 끌면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계 핵심 인사인 최재성 수석을 교체하고 후임으로 이 전 의원을 기용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이 전 의원은 친문계와는 거리를 둬 온 인사다.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을 돕는 정무수석직에 친문이 아닌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전 의원 교체에만 그친다면 신현수 민정수석 사태와 같은, 안 하느니만 못한 인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이 전 의원 기용에 따른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전 의원은 ‘액세서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신현수 전 수석 때와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추미애·윤석열’ 사태의 후폭풍을 진정시키기 위해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 전 수석을 임명했지만, 신 전 수석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와 갈등을 벌인 끝에 두 달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결국 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주류가 얼마만큼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여권 내에서는 비문계를 중심으로 단순히 인적쇄신이 아닌 그 이상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여당 관계자는 “재보선에서 민심이 보여준 것은 우리 당이 ‘싸가지 없고 무능하다’는 것”이라며 “당정청 전면 쇄신이 필요하고, 인적쇄신을 통해 유능한 인사를 등용하고 정책쇄신을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행동을 바꾸는 ‘행태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정기조 변화 없이 단순한 인적쇄신만으로는 민심 이반을 되돌리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임박한 개각이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권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할 예정인 정세균 총리는 후임 총리 후보가 국회 인준절차를 완료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후임 총리에는 경제인 출신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이 꾸준히 거론되는 가운데, 정치인 출신인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의 이름도 나온다. 4·7 재보선에서 낙선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이름도 나오는데, ‘보은인사’ 부담이 크다.

문 대통령은 정 총리 후임 인사 발표와 함께 4∼5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사실상 현 정부 마지막 개각을 실시할 예정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2년 이상 근무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로 공석이 된 검찰총장 직도 곧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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