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인 놓고 둘로 갈린 與.. 합당 논의 진척 없는 野

이동수 2021. 4.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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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민심 수습부터 '파열음'
홍영표 "조국 사태, 판단 부족" 반성
김경협 "참패 원인으로 분석 무리"
김종인, 安 겨냥 부정적 발언에
국민의당 "金이 범죄자" 반발
'포스트 김종인' 놓고 물밑 경쟁
琴, '제3지대 신당' 창당 의지 피력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질서 있는 수습’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수습 첫 번째 단계인 참패 원인 진단부터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선거 이후 당내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 당정청 관계 설정, 친문(친문재인) 책임론, 내로남불 등 여러 방면에서 자성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 강성 당원들의 강한 반발과 소속 의원들 사이 의견 충돌이 부각되면서 내홍이 확산할 조짐이다.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 역시 우리 모두에게 있다”며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최근 2030 초선 의원 5명이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꼽자, 강성 당원들이 이들을 ‘초선오적’이라 부르며 문자 폭탄을 퍼붓는 등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당내 분열 양상이 심상치 않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초선들은 “내야 할 목소리는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민주당 초선 81명 전원이 이름을 올린 당내 모임 ‘더민초’는 지난 9일에 이어 2차 회의를 열고 운영위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섰다. 이들은 초선 중 당 대표 주자를 내고 지도부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의원들은 “초선 의원들의 보호막이 돼 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선 49명 중 40여명이 모인 자리에선 조국 사태 관련 초선 의원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의원들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철민 의원은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초선 의원들의 주장에 동의하고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조 친노(친노무현)로 꼽히는 여권 원로 인사인 유인태 전 의원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2030 초선 5명에 대해 “아주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초·재선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당이 ‘강성 친문’에 휘둘리고 있다”는 불만이 가시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은 검찰개혁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자폭탄 등으로 압박을 가한 일부 강성 당원의 ‘입김’을 주요하게 반영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확인한 이상, 이대로라면 내년 정권 재창출도 요원하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김두관,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4.7 재보선참패 후 당 혁신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재선의원간담회에서 좌장 역활을 맡은 김철민 의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이에 이날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관리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는 기존 투표 반영 비율인 대의원(45%)·권리당원(40%)·국민(10%)·일반당원(5%)에서 국민과 일반당원의 몫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사태 관련 책임론은 친문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친문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라디오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엄격히 판단하는 것이 부족했다”며 반성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또 다른 친문 중진 김경협 의원은 라디오에서 “조국 문제는 총선 때 이미 평가받은 사안이다. 보선 패인으로 분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일축했다.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친문 2선 후퇴론’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친문 후퇴론’을 가장 먼저 주장한 조응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당대표·원내대표) 경선이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가면 (민주당은) 앉아서 죽는다”며 다시 한 번 ‘인적쇄신’을 강조했다.

쇄신 방향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차기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격화할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비주류와 강성 친문 당원 사이 간극이 너무 커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왼쪽 세번째)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민의힘, 합당 논의 진척 없이 잡음만 계속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야권이 선거 직후 퇴임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전당대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한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 “범죄자”라는 원색 비난까지 나오면서 합당 논의의 암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포스트 김종인’ 자리를 놓고 당 중진과 초·재선 의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 차기 당권주자로는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정진석·조경태 의원 등 당내 최다인 5선 의원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주 권한대행과 정 의원은 이번 주 내로 단일화하는 것을 목표로 물밑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재보선 당일인 지난 7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앞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초선 의원들에 이어 재선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모여 새 지도부 선출 문제 등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초·재선 의원이 과반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당대회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민의당과 합당 성사 여부에 따라 통합전당대회를 열지, 단독으로 전당대회를 먼저 열지 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일정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며 “선거 과정에서 (양당) 합당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국민의당 쪽 의견을 요청해놓은 상태이고, 국민의당 의견이 전달되면 다시 우리 쪽 의견을 모아서 정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지금 국민의힘도 의견이 통일돼 있지 않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주호영 원내대표의 배웅을 받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뉴시스
김 전 위원장이 전날 보도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무슨 대통합 타령인가”라는 말로 합당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고, 안 대표를 겨냥해선 “‘합당해서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이 딱 보인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 질타한 것도 합당 논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의당 구혁모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구태 정치인의 표본”, “범죄자 신분”, “건방지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하겠다는 당의 비대위원장이 물러나자마자 ‘범죄자’까지 나온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더 크게 문제 삼겠다”고 경고했다.
구 최고위원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야권의 판을 깨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전날 배현진 의원에 이어 이날 장제원 의원이 “재임 시절 당을 흔들지 말라고 하더니 자신은 나가자마자 당을 흔들어 대고 있다”며 “당이 붙잡아주지 않아 삐친 것이냐”고 김 전 위원장을 맹폭했다. 반면 수도권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종인 재추대론’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금태섭 “야권 대통합에 참여 안해… 윤석열도 올 수 있는 정당 만들 것”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사진) 전 의원이 “야권 대통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하는 ‘제3지대 신당’ 창당 의지를 내비쳤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발표된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36.3%를 차지하며 선두를 달렸다.

금 전 의원은 1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과 기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측면도 있다. 저는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정치할 생각이 있다면 들어올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누구든 합리적인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보선 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신당 창당을 통해 야권 재편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금 전 의원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체적인 계획을 얘기할 단계는 전혀 아니지만 저는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1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사람들이 ‘내가 하고픈 말을 이 사람들이 해준다’면서 믿을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 게 저의 소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여야 인사를 폭넓게 만나며 정치 세력화 움직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보선 과정에서 특별한 정치행보를 자제해왔던 윤 전 총장은 선거 이후 정치권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18세 이상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의 대선주자 선호도는 36.3%으로, 2위 이재명 경기지사(23.5%)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으로 따돌렸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12.3%에 그쳤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43.1%)이 ‘제3지대 후보’ 의견(27.2%)보다 우세했다.

이동수·김주영·곽은산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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