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묶인 이란돈 70억불, 미국이 OK해야 풀린다

세종=김훈남 기자 2021. 4.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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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국내 은행 두곳에 묶인 이란 돈 70억달러(한화 7조6000억원)의 동결 해제에 협조키로 이란 측과 뜻을 모았다.

이란의 원화 자금을 스위스 계좌로 나눠 이체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데, 미국의 설득이 선결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이란의 핵협상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국내 이란자산 동결을 요구하면서 2019년 5월부터 원화 예금 잔액 70억달러 상당이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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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을 방문중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에스학 자한기리 이란 제1부통령과 회담을 위해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을 방문했다. / 사진제공=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내 은행 두곳에 묶인 이란 돈 70억달러(한화 7조6000억원)의 동결 해제에 협조키로 이란 측과 뜻을 모았다. 이란의 원화 자금을 스위스 계좌로 나눠 이체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데, 미국의 설득이 선결 과제가 될 전망이다.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두 곳에 묶여있는 이란 자금은 7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한국 총리로는 44년만에 이란 순방길에 오른 정세균 총리는 이란의 국내 동결자금 해제를 위해 관계국과 협조방침을 합의했다.

앞서 미국이 2010년 '포괄적 이란 제재법' 시행으로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에 착수하자 이란은 중앙은행(CBI) 명의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대금을 받았다. 이란이 우리나라에 원유를 수출하고 원화계좌에 돈을 쌓아두면 이란이 한국의 석유제품·자동차 부품 등을 수입할 때 원화계좌에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직접 달러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이란과 연간 170억달러 규모의 교역을 해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이란의 핵협상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국내 이란자산 동결을 요구하면서 2019년 5월부터 원화 예금 잔액 70억달러 상당이 묶였다. 국내에 묶인 원유대금은 이란의 해외 자산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이란이 우리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것 역시 국내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요구한 무력시위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이란이 나포 후 95일 만에 한국케미호를 완전 석방하면서 70억달러 동결자산 해법이 양국 간 과제로 남았다. 이번 정세균 총리의 이란 순방 역시 한국케미호 석방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동결자산 문제 해결의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 시점에선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을 통한 자금 분할 이전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란제재도 인도적 물품 교역은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묶여있는 이란 자금을 스위스 계좌로 송금하고 스위스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구매해 보내는 방식이다.

양국 정부는 동결자금 중 10억달러를 우선 송금하는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이번 정세균 총리 순방 결과에 따라 협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정부는 이란의 코백스(세계백신공동분배·COVAX) 납부대금을 동결자금에서 대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란이 직접 대금을 결제하며 논의에서 제외됐다. 이밖에 이란이 유엔총회 투표권 확보를 위해 내야 할 분담금 1625만 달러를 동결자금에서 내는 방안도 있다.

관건은 미국의 의사다. 미국이 핵개발을 이유로 이란의 해외자산 동결을 주도한 만큼 사태 해결의 열쇠도 미국이 쥐고 있다. 스위스 채널을 통한 분할 이체 방안 역시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란 도착 직후 에스학 자한기리 이란 제1부통령과 단독면담을 한 정세균 총리가 "이란의 원화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국과 가능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한 것도 미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선 희망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 동결 자금 해법과 관련해 스위스 채널을 통한 분할 이체 등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 시점에선 결정된 게 없다"며 "정 총리의 순방은 동결자금 문제해결을 위해 한국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관계국과의 논의를 이끌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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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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