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병들어간다.. 취업난⋅비대면 문화 확산에 20대 우울증 환자 급증

심민관 기자 2021. 4.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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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지난 1년간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줄곧 무기력증을 느끼다가 최근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평소 긍정적인 성격으로 대외활동도 왕성했지만,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넘게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감이 커진 채 하루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대학생 경모(22)씨도 "작년 신입생 때도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해서 무기력한 기분을 느낀 적이 많았다"며 "올해 2학년이 됐지만 여전히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일러스트=허인회⋅조선일보DB

지난해 우울증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전체 연령대에서 20대가 차지하는 우울증 환자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한 취업난이 가중되고, 원격수업을 통한 대학교 내 비대면 출석이 일상화 되면서 그동안 노년층에서 많이 나타났던 우울증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102만명으로 집계됐다. 기분장애는 기분 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장애를 말한다. 우울증이 기분장애에 속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국내 기분장애 환자가 100만명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으로 2016년(약 64만명)과 비교해 약 59%나 증가했다.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 실무에서는 기분장애라는 말 대신 주로 우울증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기분장애 환자 대다수가 우울증 환자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전체 우울증 환자 가운데 20대가 약 17만명(17%)으로 집계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0년(약 5만8000명)과 비교해 10년만에 2.9배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처음으로 60대(16만4401명⋅16.2%) 환자 수를 넘어섰다.

물론 20대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20대 우울증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60대 우울증 환자 수를 20대가 넘어선 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겪는 정신적 고통을 특히 젊은 층이 많이 겪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더 심각해진 취업난 문제도 있지만, 2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비대면 생활방식 역시 우울증 환자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전홍진 성균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대들이 바늘 구멍의 역대급 취업난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원인이지만, 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면 교체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영향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왕성한 혈기에 적절한 활동을 해줘야 하는데, 집에서 음식을 먹기만 하고 밤낮이 바뀌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등 무력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울증에 취약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가 빈 강의실에서 개강을 앞두고 온라인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올해도 백신 접종 지연 등의 문제로 코로나가 종식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보다 올해 취업문이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년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취업준비생 송모(28)씨는 "벌써 2년째 취업 재수를 하고 있지만 채용공고가 올라오는게 잘 없다"면서 "올해도 취업에 실패할까 불안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으로는 내년에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재택 생활에 익숙해진 20대들의 우울증 문제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외부 활동이 재개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우울증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 청년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 재택 생활이 길어지면서 현재 방식에 너무 익숙해졌다"며 "향후 코로나가 종식돼 외부활동이 재개됐을 때 오히려 이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우울증을 심화시킬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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