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치매父 폭행·사망케 한 40대..2심도 권고형보다 낮은 징역 3년

존속상해치사 권고형은 징역 4~8년
"홀로 아버지 간병 중 범행..유가족 선처 참작"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치매에 걸린 80대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아들이 항소심에서도 대법원 양형기준이 정한 권고형량보다도 낮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김용하 정총령 조은래)는 존속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21일 오후 11시30분쯤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자신의 아버지 B씨(80)의 복부 등을 수차례 가격해, 이튿날 장간막파열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당시 아버지의 대소변을 수발하다가 함께 넘어지게 됐다"며 "갑자기 아버지의 병을 수발하는 것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B씨의 복부 내 출혈은 A씨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발생한 것"이라며 "아버지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B씨의 사망원인이 된 장간막 파열은 B씨가 화장실에 가는 과정이나 화장실에서 넘어져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A씨의 폭행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이 발생하기 네달 전 B씨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일주일간 입원하기도 한 것을 고려하면, A씨는 자신의 폭행으로 인해 B씨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뇌경색 등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고령의 피해자는 A씨의 행위에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유족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양형기준으로 정한 존속상해치사 권고 형량의 범위는 징역 4~8년"이라며 "다만 이번 판결은 A씨의 유리한 정황을 참작해 권고 형량 하한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다"고 했다.

1심은 지난 2018년부터 혼자 부친을 부양하던 A씨가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에서 화가나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 가족의 대부분이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해당판결에 불복한 A씨 측은 항소했지만, 2심도 1심이 옳다고 봤다.

2심은 "이 사건 범행 자체의 패륜성, 범행 방법 등에 비추어보면 A씨의 죄질은 매우 불량하다"며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의 유족들이 추가적으로 선처를 탄원하고 있지만, 이 같은 사정은 1심의 변론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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