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가 앗아간 항공 노선 278개

윤지원 기자 2021. 4.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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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항공사 국내·국제선
휴지 기한 초과 ‘자동 폐지’
국내선 대부분 제주 노선
업계 “재허가 절차 줄여야”
박상혁 의원 “법 개정 준비”
정부 “이미 편의 많이 봐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 수요 부족으로 자동 폐지된 국내 항공사의 국내 및 국제 노선이 약 300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은 일정 기간을 넘겨 운항이 재개되지 않으면 노선을 폐지하는데, 항공업계에선 코로나19와 같은 특수 재난 상황에 맞게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2일 경향신문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선 24개, 국제선 254개 등 총 278개 노선이 운항 중단으로 폐지됐다. 각국의 봉쇄 조치와 여행 수요 급감으로 6~12개월가량 운항이 정지되면서 ‘휴지(休止) 기한’을 초과해 운항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노선을 없앤다는 항공사업법 24조 4항에 따라 폐지 수순을 밟은 것이다. 노선별 휴지 기한은 상대국과 협정 체결로 운항 횟수 상한 등이 없는 ‘자유화’ 지역은 1년, ‘비자유화’ 지역은 6개월이다.

자유화 지역인 ‘인천~오키나와’ 대한항공 노선은 지난해 2월4일부터 올 2월3일까지 12개월간 운항이 중단돼 폐지된 상태다. 비자유화 지역인 ‘인천~이스탄불’ 아시아나항공 노선도 6개월 휴지 기한 만료로 지난해 8월 사라졌다. 폐지된 국내선은 대부분 제주 노선으로, 제주공항과 김포·대구·군산·여수·사천·울산·원주·포항·무안·김해·청주 등을 오가는 비행편들이다.

노선이 폐지되면 항공사들은 교민 수송 등 긴급한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부정기 운항이 가능하며 이외 정상적 영업 활동은 불가능하다. 국토부에서 재허가를 받기 전까지 항공권을 팔거나 얼리버드 항공권 예약을 받을 수도 없다. 재허가 절차는 노선별 인지세를 내고 안전운항체계변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최대 5일이 걸린다.

업계와 학계에선 현행 노선 폐지 규정이 행정력을 불필요하게 낭비한다고 본다. 당초 노선 폐지 규정은 항공사들이 노선을 받아놓고 자의적 판단으로 운항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통화에서 “이익이 날 때만 운항을 하면 소비자 편익을 해치기 때문에 폐지 규정을 둔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각국의 폐쇄 조치로 운항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관련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각국의 백신 보급으로 관광산업이 회복되는 상황에서 재허가 절차가 항공사의 신속한 대응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수요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재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허가 절차가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법은 슬롯(시간당 운항 횟수)과 운수권(횟수 내에서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는 자연재해·감염병·천재지변·전쟁 등에 한해 회수를 유예하고 있다. 반면 노선은 별도 회수 유예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슬롯과 운수권이 있어도 노선 없이는 항공을 띄울 수 없다.

박 의원은 “항공 수요가 회복될 때 항공사들이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감염병, 천재지변 등 발생 시 노선 폐지를 유예하는 항공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도 최대 1년 휴지 기한을 보장하고 있다”며 “최대한 항공사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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