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배터리 궤도에도 못 올랐는데..2조 배상금 마련은 어떻게

류정민 기자 2021. 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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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5조 적자로 결산배당도 못한 상황서 '엎친 데 덮친 격'
SK IET, 루브리컨츠 등 자회사 지분 매각 대금 등 활용 가능성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2021.4.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 발표 하루 뒤 총 2조원의 배상금 지급 방식을 공시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배상금 재원 마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비록 현금과 로열티로 나눠 부담을 줄였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SK이노베이션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은 전날 공시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관련된 추가 쟁송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을 지급받는다고 밝혔다.

현금 1조원은 2021년 5000억원, 2022년 5000억원씩 나눠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한다. 로열티는 2023년부터 SK이노베이션이 연간 글로벌 배터리 판매 매출의 일정 비율 금액이 총 1조원을 채울 때까지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조원에 육박하고, 로열티도 2023년부터 배터리 매출의 1~1.75%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분산했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연간 적자가 수천억원에 달하고 막대한 투자까지 계획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에는 2조원의 배상금이 부담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2조56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배터리 사업 부문만 놓고 보면, 매출은 1조6102억원으로 전년(6903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이 4265억원이나 된다.

배터리 사업에서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투자는 집중된다. 올해 1월 콘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4조~5조원을 투자하되, 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금의 70%를 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는 한국 배터리 3사 중 가장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49.2%로, LG화학(112.6%)·삼성SDI(60.5%) 등 타 배터리 업체와 비교해 가장 높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여기에 배상금까지 지출하면 단기 지급능력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유동부채는 10조9903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5.1%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당좌자산은 7.6% 줄어든 9조3535억원으로, 당좌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많아졌다.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가 환금성이 좋은 당좌자산보다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단기 지급능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은 배상금 지급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오는 5월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 보유 지분 90% 중 22.7%에 해당하는 1283만4000주를 구주 매출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한 만큼 이를 배상금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SK IET의 1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7만8000원부터 10만5000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분 매각 규모를 희망 공모가 범위 최저금액인 1주당 7만8000원으로 산정, 1조10억5200만원이라고 지난 3월 말에 공시한 바 있다.

윤활기유를 생산하는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지분 매각 대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SK루브리컨츠는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전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11% 넘게 오르는 등 당장 시장은 합의 결정을 반기는 모양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전 득실을 면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더구나 SK이노베이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 악화와 배터리 등 신성장 사업 투자 확대에 따라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결산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 별도 입장 서두에 '당사 주주, 고객,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께 합의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주들을 언급한 것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한미 행정부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했고, 입장문에서 '주주'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번 소송전 과정에서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고 또 우려된다"고 말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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