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시도 나선 공시가 재조사 요구, 논의 미루지 말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제 국민의힘과 첫 부동산정책협의회를 갖고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자체조사 등에 대한 공조 방안 논의를 제안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4·7 보궐선거에서 자신이 제시한 부동산 공약의 핵심 중 하나인 공시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오 시장의 재조사 방침에는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자체 조사를 진행해 온 원희룡 제주지사 또한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해 공시가격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의 마찰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올해 공시가격을 14년 만의 최대치인 평균 19.1%까지 올리며 주택 보유자들에게 세금 폭탄을 안긴데다 산정 방법과 과정도 깜깜이인 곳이 수두룩해 ‘징벌적 과세’라는 비난을 자초한 데 있다. 정부는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탓에 공시가가 급등했다고 밝혔지만 서초구의 경우만 해도 전수조사 결과 실제 거래가격보다 공시가격이 높게 책정된 가구가 3천758가구나 나왔을 만큼 주먹구구식 산정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접수된 이의 제기가 이전 정부의 150배를 초과할 전망이라며 공시가격 제도가 2005년 도입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모든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 올린다는 로드 맵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적 불신이 워낙 큰데다 보궐선거에서 여야 후보들로부터 동결 내지 인상률 10% 제한 약속까지 나왔던 이 제도를 지금 이대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주택 보유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제도 전반의 개편과 투명성, 객관성 확보가 따르지 않는 한 불만은 계속되고 조세 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관련 세금과 기초연금·건강보험료 등 63개 분야의 행정 지표로 활용될 만큼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 때문에 법적 주체인 국토교통부는 야당 정치인 출신의 지자체장들이 앞장선 이번 요구를 인기를 의식한 ‘보여주기’나 ‘일회성 반발’ 등으로 폄하해서는 곤란하다. 오는 29일 확정되는 올해 공시가엔 반영하지 못하더라도 현장의 민심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