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이 "발사체" 타령하던 그날, 행안부는 '핵·화생방 경고'
북한이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던 지난달 25일, 행정안전부(장관 전해철)는 17곳 광역자치단체에 ‘핵·미사일 공격 대비 매뉴얼’을 긴급 발송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일본보다 16분 늦게 밝히면서 ‘미상 발사체’ 표현을 사용했던 합동참모본부와는 대조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에 따르면, 행안부는 북한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서울시 등 17곳 시·도에 ‘위기대응태세 강화 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긴급 발송했다. 행안부는 북한 미사일 실험과 관련, “안보 위기 상황이 고조됨에 따라 기관별 위기 대응 태세 강화를 위하여 만전을 기하라”고 했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지자체별 비상연락체계 유지 ▲국가지도통신망 점검 ▲민방위 경보통제소 비상근무 강화 ▲민방위 주민대피시설 점검 및 비상시 국민행동요령 안내 등 구체적 지침을 명시했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국민행동요령 안내서’도 배포했다. 북한의 핵·화생방 공격에 대비하는 내용이었다. 핵 경보가 울리면 지하시설로 즉각 대피하고 핵폭탄이 터지면 반대방향으로 엎드려 입을 벌리고 눈·귀를 막으며, 핵폭발 후에는 방사능과 낙진을 피하기 위해 콘크리트 건물 등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생방과 관련해선, 호흡기를 보호하고 높은 곳으로 대피하며 마스크와 손수건 등으로 호흡기를 보호한 후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상시 대피장소, 대비 물품, 공습경보 발령시 대처 요령 등과 관련한 안내도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핵실험에 대해 국민적 경각심이 낮은 면도 있다”며 “언제든 위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함경남도 함주군에서 오전 7시6분과 7시25분쯤 탄도미사일 두 발을 잇달아 발사했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첫 발사 뒤 19분이 지난 오전 7시25분에야 공지했다. 오전 7시9분쯤 일본 해상보안청의 발표보다도 16분 늦었던 셈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미사일이 맞는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합참은 ‘발사체’ 표현을 당분간 유지하기도 했다. 합참은 일본 해상보안청이나 외신보다 4시간 이상 지체된 11시19분에야 ‘단거리 미사일’ 표현을 사용했다.
정치권에선 “북한 눈치 보기가 도를 넘었다” “우리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을 왜 외신에서 먼저 접해야 하느냐” 등 지적이 나왔다. 합참은 이후 구체적인 발사 위치를 공개하지 않거나, 최초 450km로 탐지했던 비행거리가 600km라는 북한 주장에 대해서도 4주째 “분석 중”이라고 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도 합참의 정보·감시 역량을 정밀 진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종헌 의원은 “북한 미사일과 핵·화생방 위협에 대한 군의 인식이 민간 공무원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치 상황을 고려해 ‘미상 발사체’ 같은 괴상한 신조어를 개발하는 데 급급한 군을 어떻게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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