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년 묵힌' 통진당 고발 사건..검찰, 결론 없이 경찰로 이관
제대로 된 조사도 사유불충분 각하도 없이 해결 '미적'
"장기간 사건 움켜쥐며 피의자 압박해 인권 침해" 비판
[경향신문]
검찰이 통합진보당 전직 국회의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들을 약 8년 만에 결론 없이 경찰로 넘겼다. 검찰은 이 사건들에 대해 경찰을 수사지휘해오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보안법 위반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되자 경찰로 사건을 보냈다. 검경이 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공안사건 수사를 계속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1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이 서울경찰청에 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6건을 ‘타관이송’ 처분했다는 피의사건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2012년 1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통진당해산국민운동본부,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가 고발한 사건들이다. 검찰은 이 사건들을 모두 경찰에 보내 수사지휘를 해왔다.
이 가운데는 이른바 ‘지하혁명조직 RO 사건’ 이후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하자 한 보수단체가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만큼 당원 전체가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므로 처벌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와 당원 모두를 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도 있다. 약 6년4개월이 지나며 담당 검사만 7번 바뀌는 동안 검찰이나 경찰은 이 전 대표를 한 차례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수원지검도 이 전 대표와 이석기·이상규·김미희·김재연 전 의원이 고발된 사건 3건을 8~9년 동안 수사해오다 지난달 3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2건, 서울중앙지검에 1건 타관이송 처분했다. 피의자 조사는 한 차례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송한 사건은 한 보수성향 인터넷 언론사 대표가 2012년 4월 “평양 정권의 3대 세습 체제를 맹종하는 반국가단체를 결성해 실체를 숨기고 정부를 전복시키겠다는 내란음모를 획책하고 있다”며 이 전 대표 등을 고발한 사건이다. 고발장에 첨부한 증빙 자료는 언론 보도와 블로그 게시물이었다. 자신이 작성한 기사도 포함돼 있었다. 이 사건은 경찰에 수사지휘하지 않고 약 9년 동안 검사 11명이 담당했지만 결론 없이 계속 수사하고 있다.
검찰 사건사무규칙 제115조는 고발의 근거가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언론 보도, 인터넷 게시물, 고발인의 추측만 있어서 수사를 개시할 만한 구체적인 사유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각하’ 처분하도록 규정한다.
검찰은 경찰이 이 사건들을 실질적으로 수사해왔고, RO 사건과 관련된 다른 사건 판결을 기다렸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해당 사건들은 경찰에 지휘해 경찰이 계속 수사해왔고 수사권 조정 이후 일괄 이송 처분됐다”며 “통진당과 관련된 여러 사건의 수사·재판 결과를 확인해야 했고 보안법의 면밀한 법리 검토 등 보완수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RO 사건 관련 후속 사건은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재판을 지켜보며 수사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사건이 이송된 만큼 법과 절차에 따라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와 통화하며 “대법원이 2015년 1월 ‘RO의 실체가 없다’고 판결했는데도 RO를 핑계로 수사를 계속했다면 검찰이 판결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안법 적용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장기화된 수사는 피의자를 형사처벌의 불안과 압박에서 풀려날 수 없게 해 인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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