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K는 내 운명' 초반 반전 활약 펼치는 제드 라우리[슬로우볼]

안형준 2021. 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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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2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분전일까. 라우리가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최익의 모습으로 2021시즌을 시작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팀이었지만 올시즌 시작은 처참했다. 개막 6연패라는 참담한 성적과 함께 2021년 정규시즌 대장정을 출발했다. 6연패 기간 도안 13득점 50실점을 기록하며 투타 모두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오클랜드는 6연패 후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하며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4월 12일(한국시간)까지 3승 7패를 기록해 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흐름은 달라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3년만에 콜리세움으로 돌아온 36세 베테랑 제드 라우리가 있다.

라우리는 팀의 시즌 첫 10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294/.368/.441,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전혀 돋보이는 성적이 아니지만 팀 내에서는 가장 뛰어난 타자 중 하나다. 팀 내 타점 공동 1위, 규정타석을 채운 5명의 타자 중 타율 1위다. 규정타석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오클랜드 빅리그 로스터에서 라우리보다 OPS가 높은 타자는 라몬 로리아노(0.922), 마크 칸하(0.904) 뿐이다.

라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커리어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2018년 오클랜드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생애 첫 올스타에도 선정된 라우리는 2018시즌 종료 후 FA가 됐고 뉴욕 메츠와 2년 2,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거액 계약도 아니었고 최대어로 분류된 선수도 아니었지만 우승에 목마른 메츠는 베테랑 라우리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라우리는 2019년 캠프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하며 9월에야 처음으로 메츠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시즌 성적은 9경기 8타석 7타수 무안타 1볼넷, .000/.125/.000. 그리고 라우리는 지난해에도 왼쪽 무릎 부상으로 인해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라우리가 메츠와 2년 계약기간 동안 쓴 기록은 '9경기 8타석 7타수 무안타 1볼넷, .000/.125/.000'이 전부였다.

커리어하이 시즌 후 최악의 2년을 보낸 라우리는 다시 자신이 전성기를 보낸 곳을 찾았다. 오프시즌 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재도전에 나섰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13경기에서 .265/.297/.559,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반등 가능성을 보인 라우리는 개막 로스터 합류에 성공했다.

세부 지표도 긍정적이다. 원래 주루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아니었고 지난 2년 동안 무릎 문제도 겪은 만큼 주력은 느리지만 나머지 지표들에서 모두 빅리그 평균 이상을 해내고 있다. 스탯캐스트 측정 지표를 다루는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라우리는 올시즌 평균 시속 91.9마일, 최구 시속 107.1마일의 타구를 평균 16.7도 각도로 날리고 있다. 배럴타구 확률은 10.7%, 강타비율은 50%, 삼진율은 15.8%, 볼넷율은 10.5%다. 타구 질을 바탕으로 계산하는 기대 가중출루율(xwOBA)도 0.441로 상당히 높다.

언급된 거의 대부분의 지표에서 메이저리그 상위 35%이내에 포함돼있고 xwOBA, xBA(기대 타율)과 같은 기대지표들은 상위 10% 수준이다. 2루에서 보이는 수비력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모습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표본이 작지만 지금까지는 커리어하이 시즌인 2018년 이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단한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라우리는 상당한 기대주 출신이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5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됐고 2008년 데뷔를 앞두고는 TOP 100 유망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보스턴에서 자리를 잡지는 못했고 201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거쳐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은 2013시즌에야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 선수로 규정타석을 소화했다.

라우리는 2015년 다시 휴스턴 유니폼을 입었고 2016년 다시 오클랜드로 향했다. 24세 생일 직전에 데뷔한 라우리는 34세 시즌이던 2018년에야 157경기 .267/.353/.448, 23홈런 99타점 활약으로 첫 올스타에 선정됐고 그 해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도 득표에 성공했다.

빅리그에서 1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라우리는 지난 12시즌 중 4시즌에서 규정타석을 소화했다. 모두 오클랜드에서 기록한 것. 12시즌 중 오클랜드에서 보낸 시간은 5년 뿐이지만 라우리는 그 5년 동안 나머지 7년보다 훨씬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보스턴, 휴스턴, 메츠에서 모두 상당한 기간 동안 부상자 명단(IL)을 경험한 라우리지만 오클랜드에서는 한 시즌(2016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건강했다. 어쩌면 오클랜드는 라우리에게 가장 궁합이 잘 맞은 '운명의 땅'일지도 모른다.

최악의 2년을 보낸 베테랑은 운명의 팀으로 돌아와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0만 달러를 투자해 볼넷 1개만을 얻은 메츠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일이지만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재결합한 오클랜드 입장에서는 이보다 고마울 수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과연 2년의 공백을 딛고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시작한 라우리가 올해 어떤 성적표를 쓸지 주목된다.(자료사진=마크 칸하와 제드 라우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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