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오보 대응" 임은정 SNS는 피의사실공표 아니다?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으로 불거진 피의사실공표 논란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선택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SNS에 감찰 관련 내용을 게시해 온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자신의 행위는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우리 편에 대한 피의사실공표는 범죄이고 상대편에 대한 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공익적 공표로 보는 것 아닌가”라며 박 장관을 비판했다.
이어 임 연구관을 거론하며 “한명숙 총리 감찰 주임검사 교체경위에 대한 ‘대검 감찰부’ 명의의 자료를 발표하고 보안을 유지해야 할 감찰 내용을 공개해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던 법무부가 이 사건(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에 대해선 득달같이 감찰조사를 지시하는 것은 우리 편과 저쪽 편의 이중잣대를 들이댄 결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임 연구관은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 사건 감찰 내막을 전하며 “저는 검찰 측 재소자 재판 증인들을 형사입건해 공소제기하겠다고 했지만,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은 불입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철완 안동지청장은 “수사책임자가 사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 등의 정보는 수사기관 내부 비밀에 해당한다고 대법원 판례가 판시한 바 있다”며 임 연구관의 행위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판례에 따르면 검찰 등 수사기관이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피의자의 신병처리에 대해 수사책임자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정보는 종국적인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안될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에 해당한다. 기소 여부에 대한 감찰부 내부의 의견을 밝힌 임 연구관의 글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임 연구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부인하며 “감찰부 내부에 이견이 있다는 것은 기사로 여러차례 소개돼 비밀이 아니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판례는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해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임 연구관의 행위가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규정에 따라 사건관계인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존재해 신속하게 그 진상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한 경우 공소제기 전이라도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임 연구관은 페이스북에 ‘오보 대응’이라며 감찰부 입장을 공개한 바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수사기관은 전문공보관 또는 검찰총장 등이 지명한 사람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해당 사건의 수사 또는 공소유지 업무에 관여한 사람은 공보 주체가 될 수 없다.
즉, 대검 감찰부의 오보 대응이라도 규정에 따라 대검 대변인 또는 감찰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 중 검찰총장 등이 업무를 위임한 사람이 공보자료 배포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 공보 주체가 될 수 없는 임 연구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감찰부 입장을 공개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한편 박 장관은 전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도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언급하며 제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박 장관은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는 피의사실공표죄 개선, 제도 개선 문제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의 인권, 수사과정의 내밀성 등을 고려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로남불’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과거 사건들을 제도 개선에 참고할 수 있도록 되짚어보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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