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반군들 나선 미얀마 '다자 내전' 수렁 빠지나

정의길 2021. 4.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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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세계만사]무장단체들 입장 분화
미얀마 양곤에서 최근 반군부 시위대들이 사제 공기총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지난 2월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민간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 집계 기준 11일 현재 706명이 숨지면서, 미얀마는 저강도 내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시위대가 사제 소총을 들기 시작했다. 밀림으로 들어가 소수민족 무장단체에 결합하는 젊은이도 나오고 있다. 유럽 유학을 꿈꾸던 26살 여대생은 타이와 접경한 정글로 들어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결합해 게릴라전을 벌이겠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말했다. 가냘파 보이는 그는 “투쟁이 두렵지 않고, 죽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군부가 아웅산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해체시킨 이후, 민주주의민족동맹 의원들로 구성된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가 민간정부를 대체하는 임시정부를 표방했다. 연방대표위는 지난 3월17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연대한 반군부 무장투쟁을 천명했다. 연방대표위는 연방주 재건 및 연방군 창설을 내걸고,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반군부 연합전선을 추구했다. 유력 소수민족 무장단체도 호응을 보이고 있다. 군부 대 반군부 세력의 내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여러 세력이 물고 물리는 다자 내전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부에 맞서는 민간 세력들을 대표하는 조직이나 지도력이 불투명한데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로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 무장단체들과 연대 추진…주요 단체들 ‘반군부 연합’ 호응

미얀마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버마연방’으로 건국됐다. 버마연방은 소수민족들한테 자치를 보장하는 ‘팡롱협정’이 기반이 됐다. 하지만 건국 직후부터 인구의 68%인 다수 바마르(버마)족 중심의 중앙정부에 맞서, 소수민족들이 내전과 휴전, 화해를 반복해왔다. 가장 최근엔 아웅산 수치의 민간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5년 ‘범국가정전협정’(NCA)이 있다. 11개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조인해, 제2의 팡롱협정 재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진전된 평화협정 체결이 무산됐고, 중앙정부와 일부 소수민족의 교전이 재개됐다. 소수민족들은 군부나 수치의 민간정부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지난 2월 쿠데타 직후 군부는 아라칸군(AA) 등 교전 중이던 일부 무장단체를 테러단체에서 제외하고,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에 일방적 휴전을 발표했다. 범국가정전협정에 참가한 소수민족 단체들은 쿠데타 직후 중립을 표방하다가,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부의 탄압이 거세지자 2월 말부터 입장이 분화됐다.

아라칸민족당(ANP)과 몬연대당(MUP)은 내부 반대 속에서 친군부 입장을 표명했다. 아라칸민족당은 미얀마에서 전국적으로는 4대 정당이자 라카인의 최대 정당이다. 미얀마 의회와 정부에서 보좌관을 지낸 필립 안나위트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아라칸민족당한테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인종적으로 뒤섞인 라카인 남부를 차지하는 데 최대의 정치적 경쟁자”라며 “(군부 쿠데타는) 그들에게 민주주의민족동맹을 제거하고 라카인주 전역을 차지할 기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라칸민족당이 중앙정부의 총리직까지 요구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남부 몬주 내 몬족의 몬연대당은 “소수민족은 이 분쟁에서 강한 쪽과 손을 잡아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안나위트는 “몬족도 라카인의 아라칸족처럼 군부로부터 많은 것을 제안받았다”고 지적했다.

지도력 불투명…소수민족 무장단체 이해관계도 달라

최대 소수민족의 하나인 카렌족의 카렌민족연맹(KNU)은 자신들의 지역으로 피신하는 반군부 인사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며, 반군부로 돌아섰다. 군부는 공습으로 대응했고, 카렌민족해방군(KNLA)은 미얀마군 국경 초소를 습격했다. 카친주에서도 카친독립군(KIA)이 미얀마군과 경찰서를 습격했다.

샨주남부군(SSA-S)이 소속된 샨주회복위원회(RCSS)의 의장 야우드 세르크는 지난달 27일 “각 민족들의 무장단체들은 지금 공동의 적을 갖고 있고, 우리는 손을 잡고 국민들을 해치는 자들을 해쳐야 한다”며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국가정전협정에 참가했던 주요 무장단체인 샨주의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과 타앙민족해방군(TNLA), 라카인주의 아라칸군(AA)도 3월30일 공동성명을 내어 군부가 시위대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면 “국민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세 단체는 카렌독립군과 함께 그동안 북부동맹을 결성해, 중앙정부와 맞서온 주요 무장단체다. 조건부 반군부 입장을 표명한 이들 단체가 카렌독립군과 함께 연방대표위의 반군부 연합 무장투쟁에 참가한다면, 군부로서는 큰 타격이다.

군부는 지난달 31일 다시 한달간 일방적 휴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샨주에서는 10일 미얀마민족민주연맹군이 경찰서를 공격하는 등 샨 및 카렌주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군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군부는 ‘분열 통한 격퇴’ 전략

인도 진달국제대학원 동남아연구센터의 네긴파오 키프겐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미얀마의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연합한다면 군부에 대한 “가공할 전력”이 될 수 있으나, 군부의 “분열을 통한 격퇴” 전략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장투쟁을 해온 20여개 소수민족의 이해가 다른데다, 각 소수민족 내에서도 무장단체들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군부 연합 무장투쟁을 모색하는 연방대표위의 대표성도 아직까지는 의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 단체를 인정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방대표위가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 내에서 일부 세력만을 대표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동맹의 기반인 다수 바마르족 사이에서는 소수민족에 대해 부정적 내지 소극적인 입장이 다수였다.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 중 가장 막강한 무장력을 갖춘 와주연합군(UWSA)이 2019년 4월17일 자신들의 창군 3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 견착미사일을 선보였다. 제인스 누리집 갈무리/AFP 자료사진

‘군·무장단체 지원’ 중국 개입 변수…주변국과 미국도 좌시 않을 것

최대 변수는 중국이다. 군부와 반군부 세력 및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대결이 통제불능의 혼란으로 빠져든다면, 중국의 개입이 예상된다. 이는 미얀마가 다자 내전으로 빠져드는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시리아도 외국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킬 세력을 내세운 ‘대리전쟁’을 벌이며, 다자 내전으로 빨려들어갔다.

‘버마를 위한 민주주의’ 공동 창립자인 셰인 브레이디는 “최대 소수 무장단체 중 하나인 카친독립군을 포함한 몇몇 무장단체들도 중국으로부터 일정 정도의 지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에 가장 우호적인 나라였으나, 수치 정부가 들어선 이후 두 세력 사이에서 등거리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중국은 지금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와 비난을 희석해주는 구실을 하나, 군부 정권이 통제력을 잃는다면 입장이 변할 수 있다.

미얀마를 놓고 미국과 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중국에는 △국경을 맞댄 지역의 안정 △미얀마 내 중국인 보호 △수백억달러가 투자된 가스파이프 프로젝트 등 미얀마-중국 경제회랑이 3대 이해관계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군부를 지지하는 중국에 대한 비난이 비등하며, 중국인과 중국 투자시설에 대한 공격이 빈발하고 있다. 안나위트는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와주연합군이 반군부 저항 대열에 선다면, 군부한테는 결정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개입은 주변국을 자극할 것이다. 인도와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막으려 할 것이다. 인도와 타이는 난민 사태를 시작으로 미얀마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서방도 중국의 개입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서방과 러시아, 이란, 주변 아랍국이 복잡하게 개입한 시리아 내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얀마에 다자 내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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