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8 타보니.."그랜저가 뭐였더라?"[차알못시승기]
[편집자주] 마력·토크…우리가 이 단어를 일상에서 얼마나 쓸까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걸 몰라도 만족스럽게 차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독자들보다 더 ‘차알못’일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빼고 차알못의 시선에서 최대한 쉬운 시승기를 쓰겠습니다.
만년 2인자 기아가 '다 된 차에 기아 로고 뿌리기'라는 조롱을 받던 로고를 전면 교체하더니 이번엔 그랜저를 잡겠다고 K8을 출시했다. 기아의 '새 로고'를 달고 출시된 첫 차다. 현대차 그랜저는 국산차 판매 1~2위를 다투는 스테디셀러 세단이다.
12일 오전9시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K8 3.5 가솔린 모델(시그니처 트림)을 2시간 가량 시승했다. '같은 가격이면 그랜저 대신 K8 탄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디자인·주행 성능·편의기능 모두 그랜저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이었다. 특히 K8의 디자인과 기아의 새 로고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관련기사☞ 기아 K8 실제로 보니…"그랜저가 걱정된다" )
K8은 유럽차(벤츠·아우디), 미국차(테슬라)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은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우선 아우디가 대표하는 '시퀀셜 라이팅'이 들어갔다. 국내차에선 드문 사례다. 방향 지시등 작동시 단순히 깜빡이는 것이 아니라 조명이 순서대로 들어오는 기능인데 사소하지만 고급감을 살려주는 부분이다. 다만 비상등에선 작동하지 않는다.
'웰컴 라이트'도 탑재됐다. 차 문을 잠갔다가 열면 작동하는 고급 외제차 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차가 많은 주차장에서도 내 차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시선도 사로잡을 수 있다.
크루즈 컨트롤에서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느껴졌다. K8의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Highway Driving Assist)가 작동되면 계기판 가운데에 현재 도로 환경을 실시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데 테슬라와 거의 흡사했다. 다만 테슬라는 라바콘·트럭·오토바이·세단 심지어 보행자까지도 구별해 보여주지만 K8은 정육면체로만 차량이 표현됐다.
K8의 공조장치 조작은 다른 차들에서는 볼 수 없는 혁신적인 방식을 택했다. 공조장치에서 가장 중요한 다이얼은 그대로 남겼고 화면 터치를 통해 메뉴 선택·공조 조작을 동시에 할 수 있게 했다.
화살표 모양을 선택하면 메뉴 버튼이 뜨면서 다이얼로 볼륨 조절을 할 수 있게 했고, 선풍기 모양을 터치하면 시트·공조 조작 버튼이 나온다. 디자인을 위해 버튼을 줄이고 터치 스크린으로 일원화하는 외제차들보다 한 단계 앞서있는 방식이었다. 실제 주행 중에서도 직관적으로 다이얼을 통해 차량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 간편했고 그랬기에 안전한 주행이 가능했다.
주행성능은 크게 흠잡을 게 없었다. 이중 접합 유리로 풍절음은 최대한 잡아냈고 소비자가 그랜저에서 기대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주행감은 K8도 그대로 보여줬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 모드를 바꿨을 땐 운전석 시트는 자동으로 허리를 조였고 액셀의 반응 속도가 체감상 1.5배 이상은 빨라졌다.
최하위 트림에서 두 옵션을 선택하면 3888만원(3.5 가솔린 모델, 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으로 바로 윗 트림인 '노블레스'와 가격이 같아진다. 내비게이션 팩은 150만원, 크루즈 기능이 포함된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은 120만원이다.
노블레스 트림에서는 내비게이션 팩이 기본으로 탑재돼 크루즈 기능만 추가하면 되는데 120만원을 추가하면 사실상 차 값은 4000만원이 된다. 2.5 가솔린 엔진 모델에서도 가격은 3700만원대로 떨어지지만, 최하위 트림에서 크루즈 옵션을 넣으려면 추가로 150만원을 더 써야하는 가격 정책은 똑같다.
그 외에도 프리미엄 세단인데도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가 유선으로만 작동한다는 점과 실제 도로에선 다소 불빛이 약했던 앰비언트 라이트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세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K8은 훌륭한 대안이다. 3000만원대 후반에서 4000만원대 초반 중형 외제차 세단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기능이 탑재된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K8의 옵션·트림 가격 정책은 여전히 아쉽지만 그래도 '가성비'를 나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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