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공정한 심판 역할 스스로 훼손한 선관위

이진철 2021. 4.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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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선거법 위반으로 금지되고, 후자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므로 허용되었다.

결정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했다.

선관위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다.

그러나 이번 보궐선거에 있어 선관위는 공정한 심판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훼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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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불허, '1합시다' 허용..상식 어긋난 편파
헌법서 보장 정치적 중립, 대선 앞둔 선관위 제역할해야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라는 문구를 투표 독려 현수막에 쓰면 선거법 위반일까?

TBS(교통방송)가‘1합시다’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선거법 위반일까?

전자는 선거법 위반으로 금지되고, 후자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므로 허용되었다. 결정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했다.

4.7 보궐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끝났다. 서울과 제2의 도시인 부산시장선거였기에 국민들의 관심도 높았고, 그만큼 선거도 과열되었다. 온갖 검증되지 않은 흑색선전도 난무했고, 여·야는 대선을 1년여 앞에 둔 선거인지라 그야말로 총력전이었다.

이번 보궐선거결과에 대해 더불어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기존 당헌·당규대로 이번 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여권만큼 자성해야 하는 헌법기관이 하나 있다. 바로 선관위다.

우리 헌법은 ‘정부’,‘법원’,‘헌법재판소’와 별도로 ‘선거관리’에 독립된 장(章)을 할애하면서, 제114조 제1항에서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관리는 외견상으로는 정부의 집행 작용에 해당함에도 굳이 헌법에서 독립된 기관인 선관위를 설치한 데에는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가지는 선거와 정당제도의 중요성 때문이다.

복수정당제도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다수의 정당이 선거를 통해 정권획득을 위해 경쟁하고, 국가는 복수정당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의무가 있다. 따라서 헌법은 직무수행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자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두고 있는 것이다. 위원은 정치에 관여할 수 없고 법관에 준하는 신분보장을 받는다.

선관위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다. 그러나 이번 보궐선거에 있어 선관위는 공정한 심판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훼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관위는 국민의힘이 선거 투표 독려 문구로 내건 ‘내로남불·위선·무능’표현을 쓸 수 없다고 통보했다. 특정 정당(후보자)을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라는 점을 들어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민주당 기호 1번을 떠올린다는 지적을 받은 교통방송(TBS) ‘1(일)합시다’ 캠페인의 경우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반 국민의 상식선에서 납득이 되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선관위는 시민단체에도 ‘4월 7일! 당신의 투표가 거짓을 이긴다’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역시 특정 후보의 성명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부동산 투기 없는 부산을 위해 반드시 투표합시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사용도 불허했다. 반면 ‘일자리가 넘쳐나는 부산을 위해 반드시 투표합시다’ 는 허용했다. 여권의 약점으로 지적되는‘부동산 투기’표현은 불허하면서, 여권이 추진하는‘일자리’표현은 허용한 것이 과연 공정한가.

보궐선거 직전까지 언론에는 후보들에 대해 온갖 의혹들을 제기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다. 그런데 선관위는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을 불허했다. 전직 시장들의 성추문 때문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는 것을 지적하는 것도 막은 것이다. 선거운동의 자유가 헌법에서 정한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는 것을 망각한 조치다.

야구장에서 심판이 공정하지 못한 진행을 하면 곧 바로 관중들의 심한 야유가 이어진다. ‘내로남불’, ‘부동산 투기’라는 표현은 금지하고 ‘1(일)합시다’,‘일자리’는 허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했을까. 또한 “돈은 막고 입은 푼다”던 선거법이 오히려 입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이번에도 선관위가 심판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더 이상 야유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진철 (che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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